미국의 어닝 시즌이 14일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1분기 실물경제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줬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날 미국 금융회사인 JP모간체이스와 웰스파고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악화한 실적을 내놨다.
공포의 미국 어닝 시즌 개막
JP모간체이스와 웰스파고가 이날 공개한 1분기 실적은 ‘어닝 쇼크’(실적 충격) 수준이었다. 코로나19로 개인·기업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이 줄이을 것으로 예상하고 대규모로 충당금을 쌓은 결과다. JP모간체이스의 1분기 이익은 28억7000만달러(약 3조49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줄었다. 주당순이익(EPS)은 78센트에 불과했다. 시장이 이미 눈높이를 낮춰 내놓은 추정치인 1달러84센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JP모간체이스는 신용카드 사용대금도 갚지 못하는 개인이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해 1분기에만 83억달러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 대규모 충당금이 JP모간체이스의 1분기 이익을 갉아먹었다.
웰스파고도 사정은 비슷했다. 웰스파고의 1분기 이익은 6억5300만달러(약 7940억원)였고, EPS는 1센트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급감했다. 시장에서는 웰스파고의 1분기 EPS로 33센트 이상을 추정했지만 빗나갔다. 웰스파고도 31억달러(약 3조8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실적에 치명타였다. 고객들의 대출상환 유예 신청이 이어지는 등 높아지는 채무 불이행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였다.
존슨앤드존슨은 1분기 이익이 58억달러(약 7조원)였다. EPS는 2달러30센트를 올려 시장 추정치(2달러)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 하지만 이 회사는 올해 예상 EPS를 기존 8달러95~9달러10센트에서 7달러50~7달러90센트로 낮추며 코로나19 여파를 반영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며 병원 방문을 미루는 사람이 늘어 의료기기 부문은 부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른 미국 상장사 상당수가 1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보기업인 팩트셋은 S&P500지수 편입 기업의 1분기 이익이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주에는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블랙록, 유나이티드헬스 등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시장은 기업들이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내놓을 향후 실적 전망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미칠 충격을 기업들이 어떻게 예상하고 있는지 반영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코로나19 극복 몸부림
앞으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경제활동이 언제쯤 본격적으로 재개되는지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는 일단 다음달 1일부로 ‘경제 정상화’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투자자들도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졌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예상된 금융회사의 실적 악화에도 이날 미국 증시가 상승세로 출발한 이유다.
미국 기업들은 또 악화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책을 중단하고 현금을 확보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S&P500·미드캡400·스몰캡600 등 3개 지수에 편입된 1500개 상장사 중 175곳이 배당금, 자사주 매입 등 현금을 써야 하는 주주친화책을 당분간 포기하겠다고 공시했다. 생존을 위한 기업의 다양한 자구책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은 항공 마일리지를 할인된 가격으로 카드회사 등에 선매각해 현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만큼 올해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주가는 회복되고 있지만 월가에는 여전히 비관론이 만만치 않다.
미국 CNBC에 따르면 마크 모비우스 모비우스캐피털파트너스 설립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기업 실적을 감안할 때 지금은 매우 나쁜 상황으로, 시장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