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대표적 음식배달 서비스 플랫폼인 저스트이트 테이크어웨이닷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더 주목받은 기업 중 하나다. 최고경영자(CEO)인 이처 흐룬은 대학생 시절 단돈 50유로(약 6만원)로 테이크어웨이닷컴을 창업했다. 이후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을 거듭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테이크어웨이닷컴의 시가총액은 130억유로(약 17조원)로 불어났다. 최근 코로나19로 음식배달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네덜란드 증시에서 주가가 급등한 덕분이다.
‘피자 배달 왜 안 되나’ 창업 결심한 대학생
테이크어웨이닷컴의 탄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음식은 피자다. 1999년 대학생이던 흐룬은 가족 파티 장소에 피자를 배달시키기 위해 주문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음식점에서는 흐룬이 있는 곳까지 피자를 배달하긴 어렵다고 거절했다. 보통은 원하는 음식을 먹지 못한 아쉬움에서 끝이겠지만, 흐룬은 달랐다. 가능한 한 많은 음식점에서 원하는 음식을 온라인으로 마음껏 주문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야겠다는 발상으로 이어졌다.
2003년 네덜란드의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서 온라인을 통한 음식배달 주문 시장도 성장했다. 테이크어웨이닷컴 또한 흐룬의 고국인 네덜란드를 넘어 유럽 각국으로 활발하게 진출했다. 지난해 기준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폴란드, 이스라엘 등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테이크어웨이닷컴에 따르면 진출 국가 대부분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추고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주요 사업자다.
테이크어웨이닷컴은 2016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유로넥스트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테이크어웨이닷컴의 상장으로 흐룬은 유럽의 젊은 주식 부자 대열에 올라서며 유럽 스타트업 업계의 신데렐라가 됐다. 1978년생인 흐룬은 여전히 40대 초반의 젊은 CEO지만, 유럽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인사다.
유럽 음식배달 시장의 공룡 기업으로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뛰어난 인재들이 앞다퉈 창업전선에 뛰어들었고 세계에서 거액의 투자금이 이들에게 쏟아졌다. 세계에서 가장 뜨겁고 치열한 전쟁터 중 하나가 된 것이다. 흐룬을 포함한 시장 참여자 모두는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에서 극소수의 기업만이 최종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여겼다.
생존을 위해 흐룬은 과감한 M&A를 택했다. 흐룬에게 M&A는 새로운 나라에 효과적으로 진출하고 빠르게 안착하는 데 최적의 전략이었다. 테이크어웨이닷컴은 각국의 음식배달 서비스 기업을 연달아 인수하며 덩치를 불리고 시장을 넓혔다. 2018년에는 독일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 기업이던 딜리버리히어로에 9억3000만유로(약 1조2000억원)를 주고 독일 사업을 인수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요기요, 배달통에 이어 배달의민족까지 인수하며 한국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을 독차지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기업이다.
이어 흐룬은 영국의 음식배달 서비스 상장사인 저스트이트 인수에 나섰고, 올초 거래를 마무리했다. 그는 저스트이트 인수를 두고 ‘꿈 같은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저스트이트 인수를 두고 테이크어웨이닷컴은 역시 세계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을 주름잡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내스퍼스와 맞붙었다. 저스트이트 인수에 쓴 자금은 60억파운드(약 9조100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이크어웨이닷컴과 저스트이트의 결합에 대해 “소비자의 식습관에 세기의 변화를 일으킨(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가 탄생했다”고 평가했다.
최강자 지위 올랐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
활발한 M&A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테이크어웨이닷컴의 외형은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테이크어웨이닷컴의 매출은 4억2684만유로(약 5600억원)로 2016년 IPO 당시의 네 배로 불어났다. 2018년 매출(2억4000만유로·약 3100억원)과 비교해도 급증한 수치다. 매출 급성장의 원인은 높은 수수료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음식배달 서비스 플랫폼 기업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어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시장의 관심이다.
공격적인 행보로 급성장한 많은 기업이 그렇듯, 테이크어웨이닷컴 역시 수익성 자체에서는 여전히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막대한 지출 때문에 테이크어웨이닷컴은 그동안 적자를 이어왔다. 그나마 지난해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는 흑자를 냈는데, 착실히 이익을 낼 수 있는 궤도에 진입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치열한 업계 경쟁 구도 역시 흐룬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우버이츠, 내스퍼스, 딜리버루, 도어대시 등 세계에 쟁쟁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테이크어웨이닷컴이 본 수혜가 ‘반짝 성수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시장에서 일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는 소비자들이 외식 대신 음식 배달을 택했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바로 수요 감소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흐룬은 이달 FT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소비자층이 더 다양해졌다고 주장했다. 흐룬은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사무실에서의 단체주문은 사라졌지만, 대신 음식배달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도해본 신규 이용자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