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쿠커는 자동 교반(젓기) 기능이 있어 재료만 넣으면 스스로 조리를 하는 신개념 주방가전이다. 독일은 로봇쿠커 시장 규모가 4조원에 이른다. 서구권에서는 보편화됐지만 국내에선 유독 자리잡지 못했다. 볶고 젓고 조물거리는 한식 특유의 손맛을 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었다.
쿠첸은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로봇쿠커 마스터’(사진) 등 2종을 출시하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가 급증하는 데다 가전시장의 소비층이 젊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식기세척기, 빨래건조기처럼 삶을 윤택하게 하는 제품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로봇쿠커의 활용 분야는 다양하다. 식재료 계량부터 분쇄, 반죽, 조리까지 가능하다. 조리 온도와 시간, 젓는 속도와 방향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시간은 1분 단위로, 요리 속도는 22단까지 촘촘히 나뉘어 있다. 200여 개 레시피가 입력돼 밑반찬부터 볶음밥과 국, 찌개류, 돼지고기찜, 크림파스타 등 동서양을 아우른 요리가 가능하다. 양념과 소스, 반죽도 된다.
로봇쿠커는 특히 밀키트(손질이 끝난 식재료와 양념을 넣고 정해진 순서대로 조리하는 가정간편식의 일종)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돼지고기 짜글이’와 ‘감바스’ 밀키트 요리를 시도했다. 짜글이는 메인 재료를 넣고 100도, 3분, 속도 0.3으로 설정했다. 투입구를 열고 물과 나머지 재료를 넣은 뒤 100도에서 20분, 속도 0.5로 설정했더니 어느새 칼칼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한다. 소주 한잔을 부르는 맛이다.
스페인 요리 감바스 역시 간단했다. 새우, 버섯, 브로콜리 등을 넣고 온도와 시간을 설정했다. 완성된 요리를 그릇에 예쁘게 담은 뒤 비워낸 용기에 물과 굵은 소금, 올리브오일 등을 넣고 15분 동안 건면인 펜네 파스타를 익혔다. 온도를 세밀하게 조절하고 중간중간 젓기 때문에 식재료가 뭉개지지 않고 식감도 살아 있다. 사방으로 음식이 튀지 않아 뒷정리가 필요 없고 용기만 빼서 닦으면 끝이다. 요리가 서투른 사람이 사용하기에 제격인 제품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