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 여파로 내수용 차량 생산마저 지연되고 있다. 해외 타이어·부품 업체들의 생산 차질로 완성차 조립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 침체 등 코로나19가 촉발한 ‘수출 절벽’을 내수로 만회하려던 자동차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 출고 대기 기간은 타이어 종류에 따라 다르다. 국산 타이어를 끼우는 모델은 3개월인 반면 미쉐린 타이어 모델은 이보다 2주 이상 더 기다려야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에 있는 미쉐린 공장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서 타이어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미쉐린 타이어 모델을 선택한 소비자가 많아 출고 기간이 길어진 것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 가솔린 모델의 출고 대기 기간도 5.5개월에 달한다. 유럽산 자재 조달에 차질이 생긴 데다 노조와의 생산량 증대 협의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신차를 쏟아낸 현대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내수 주문이 밀린 상태다. 서울 강남권의 한 현대차 영업사원은 “지금 제네시스 G80를 계약하면 일러야 오는 11월이나 돼야 받을 수 있다”며 “기다리다 지친 소비자가 계약을 취소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선 신차를 구매할 때 내야 하는 개별소비세 70% 인하(5.0%→1.5%) 혜택이 끝나는 7월부터는 계약 취소 등 ‘소비 절벽’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으면 국내 완성차 생산 지연이 본격화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보쉬와 콘티넨탈, 마그나 등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가 잇따라 생산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차 변속기와 전자장비엔 미국·유럽산 부품이 상당수 들어가는 만큼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쌍용차는 지난 2일부터 유럽산 부품 수급 문제로 생산 라인 일부만 가동하는 순환 휴업에 들어갔다.
미국·유럽의 완성차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국내 타이어업계도 생산 중단 사태를 맞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의 전체 라인 가동을 멈춘다. 전체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해외 수요가 코로나19 충격으로 감소하면서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금호타이어도 광주공장과 곡성공장, 평택공장 가동을 이달 12∼15일 1차로 중단한다. 이어 오는 23∼25일 2차로 공장을 멈춘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