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탈리아 교육부에서 학생 100만여 명의 원격 수업을 지원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런 요청이 세계 각지에서 쏟아지고 있어요.”
아브니 샤 구글 에듀케이션 총괄 부사장이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들려준 얘기다. 샤 부사장은 구글의 원격 수업 서비스인 ‘구글 클래스룸’과 같은 교육 사업을 총괄하는 임원이다. 그는 “이탈리아의 원격 수업이 불과 며칠간 협의를 거쳐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고 전했다. 평상시 정부 관련 사업이 경쟁 입찰, 내부 승인 절차 등으로 시간을 오래 끌던 것과 달랐다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교들이 대거 문을 닫게 되면서 열린 ‘사업 기회’다.
초유의 바이러스 감염 사태 속에서도 사업 기회를 찾고 있는 기업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미국의 화상회의 서비스 ‘줌’의 하루 이용자 수는 작년 말 1000만 명에서 지난달 2억 명으로 불과 석 달 새 약 20배 늘었다. 구글 클래스룸 이용자도 지난달 초 5000만 명에서 최근 1억 명으로 한 달 새 두 배 가까이 불었다. 소프트웨어업체뿐만 아니다. 미국의 실내 운동기구 업체 펠로톤, 일본의 간판 게임기 제조업체 닌텐도는 ‘물건이 달려 제품을 못 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솔젠트, 씨젠 등 한국의 의료 진단기기 업체도 ‘코로나19 특수’를 맞고 있다.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을 사업 기회로 적절히 활용하는 이들 기업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고객의 불편을 덜어주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다. 줌은 비회원들과 간편하게 화상회의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해 단숨에 인기를 얻었다. 최대 1만 명이 동시에 화상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보안 우려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유다.
일단 플랫폼이 갖춰지면 이익은 따라올 개연성이 크다. 샤 부사장은 무료 서비스인 구글 클래스룸의 수익성 방안에 대해 “학교나 교육청 등으로부터 관리 비용을 받을 수 있고, 기능 중 일부를 유료화할 수도 있다”며 “크롬북처럼 구글 운영체제(OS)를 갖춘 노트북을 파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펠로톤처럼 하드웨어(실내 운동기구)를 판매한 뒤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콘텐츠)을 제공하고 매달 추가 요금을 받는 기업도 있다.
이런 기술력은 단시간에 확보할 수 없다. 줌은 2013년부터 화상회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스’(2016년), 구글의 ‘행아웃’(2017년) 등 대기업 계열의 비슷한 시중 제품과 비교해도 3, 4년 이상 빠르다. 구글 클래스룸도 6년 전인 2014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물론 이들 기업이 코로나19와 같은 사태를 예견하고 준비해 온 것은 아니다. 고객 불편과 사회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이 쌓이고 쌓여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게 된 것이다. 우버, 테슬라와 같은 혁신기업들이 교통난이나 에너지 문제를 풀기 위한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성장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한국 기업들도 이제 ‘포스트 코로나19’를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때다. 첫걸음은 고객과 직원들의 주위를 세심하게 돌아보는 일이다. 이미 사회 곳곳에 코로나19가 초래한 불편과 사회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을 끈기 있게 풀다 보면 비즈니스 기회는 자연스럽게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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