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골프 시장 미국은 유소년 골프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내리막길에 접어든 골프산업의 미래가 아이들에게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미국골프협회(USGA)가 1997년부터 시작한 어린이 골프 프로그램 ‘더 퍼스트 티’ 설립에 참여한 배경이다. 세계 최고 명문 골프장 오거스타내셔널GC는 골프 유망주 대회 ‘드라이브, 칩, 퍼트 챔피언십’을 위해 골프장을 개방한다.
국내 여건은 갈 길이 멀다. ‘주니어용 국산 골프 클럽’조차 변변치 않다. 유소년 전용 ‘실리콘 골프 클럽’을 만드는 SDR골프의 채병곤 대표(67·사진)는 그 험로를 아이디어 하나로 꿋꿋이 개척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세계 최고의 여자 프로 골퍼들을 보유하고도 제대로 된 국산 유아용 골프클럽 하나 없다”며 “플라스틱 장난감이 아닌, 아이들이 ‘헤드 무게’를 느끼면서도 안전하게 골프하는 제대로 된 연습용 클럽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굿모닝골프’는 SDR골프의 대표 모델. 골프를 처음 접하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위해 채 대표가 발명한 제품이다. 우드, 7번 아이언, 피칭 웨지, 퍼터 등 총 네 종류의 클럽으로 구성했다. 헤드는 모두 실리콘이다. 무게도 일반 클럽의 절반 수준인 250g에 불과해 아이들이 가지고 놀아도 안전하다.
어린이용 소프트 클럽이면서 ‘손맛’은 다 전달해준다는 게 강점이다. 채 대표는 “샤프트 속에 있는 무게 추가 스윙 때 아래위로 오르내리면서 실전처럼 헤드 무게를 느끼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스펀지를 압축한 연습공을 치면서도 ‘묵직한’ 타격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채 대표는 이 클럽으로 국내 특허 세 건을 이미 확보했고, 미국 특허출원도 진행하고 있다.
채 대표는 자신을 ‘발명가’로 불러달라고 했다. 금융맨(상호신용금고)이던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직장을 잃었다. 생계를 위해 건설현장 식당을 운영하면서 밤에는 발명에 몰입했다. 골프용품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 등 수십 건의 아이디어 발명품을 쏟아냈다. 그는 “자동차 ‘사이드미러’ 앞쪽에 있는 ‘LED 지시등’도 원래는 내가 처음 고안한 것”이라며 “천신만고 끝에 개발했지만 상용화에 실패를 거듭하다 결국 특허권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굿모닝골프는 이런 ‘발명 본능’과 골프에 대한 관심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우연히 시작한 골프가 잘 늘지 않았는데, 방에서도 쉽게 연습할 수 있는 연습 기구를 고민하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도, 터키, 홍콩 등 외국 바이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채 대표는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발명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며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토종 골프용품을 더 많이 내놓고 싶다”고 했다.
청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