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코로나 이후 대비하는 총선돼야

입력 2020-04-12 18:48
수정 2020-04-13 00:13
4·15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앞으로 4년간 대한민국호(號)를 이끌 일꾼을 뽑는 선거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집권 3년에 대한 중간평가이며, 그 결과는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운영을 좌우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의 운명을 결정할 ‘300인의 전사’를 뽑는 선발전이기도 하다.

올해 선거전은 코로나19와 ‘돈’이 지배했다. 한때 총선 연기 얘기도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감염병 위기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라갔을 때다. 이후 국내 확산세는 꺾였지만 선거에선 ‘코로나 바람’이 이어졌다. 여야는 코로나19 대책이라며 돈 풀기 경쟁을 벌였다.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 지급을 놓고서다.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한 정부안에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 확대를 제안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1인당 50만원 지급을 주장했다. 통합당이 100만원씩 재난장학금을 주자고 하자 민주당은 등록금 환불로 맞대응했다.

공약·미래 없는 선거전

선거운동에 막말, 꼼수도 난무했다. ‘3040세대 비하’ ‘노인 폄하’ 발언 논란에다 ‘세월호 텐트’ 막말까지 나왔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빈틈을 파고든 꼼수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비례의석을 더 많이 얻기 위해 양당은 각각 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이란 위성정당을 급조했다. 공동 선거운동에 ‘겉옷 뒤집어 입기’는 애교다. 쌍둥이 유세차도 등장했다. 선거법을 교묘하게 비켜가기 위한 수단이었다.

반면 이번 선거전엔 공약도, 인물도, 미래도 없었다. 초반 선거전이 코로나19에 잠식되면서 공약은 뒷전이었다. 청와대와 정부의 녹을 먹던 사람들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전문성을 갖춘 직능대표들은 밀려났다. 미래를 위한 비전도, 계획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있어야 할 건 없고, 없어야 할 것만 있는 총선이다. 선거전은 ‘삼류’지만 투표는 해야 한다. 지난 11일 끝난 사전투표율은 26.7%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전에 끝난 재외국민투표율은 23.8%로 역대 최저였다.

한 표의 가치는 너무나 소중하다. 유권자 한 명의 투표가치는 약 4660만원이라고 한다. 국회의원이 임기 4년간 주무르는 국가 예산 2050조원을 유권자 수로 나눈 값이다. 금전적 가치가 다가 아니다. 선거에선 단 몇 표가 후보의 당락을 좌우한다. 16대 문학진 민주당 후보는 ‘문세표’란 별명을 얻었다. 단 세 표 차로 선거에서 져서 붙은 별명이다. 20대 총선에선 1000표 이하에 당선자가 갈린 선거구만 12곳이었다. 40곳은 득표율 차가 3%도 안 됐다.

전인미답의 길 가야 할 300인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3대 국회 때 한 자릿수(연평균)로 떨어진 뒤 매번 뒷걸음질했다. 20대 국회 동안 성장률은 2.7%(3년 연평균)에 그쳤다. 11개 국내외 기관의 올해 한국 GDP 증가율 전망치(평균)는 -0.9%다. 21대는 ‘코로나 쓰나미’로 인해 역성장 가능성이 있다.

한국 경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 준비해나가야 할 중요한 변곡점에 놓여 있다. 이번에 뽑힐 300인의 전사는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야 한다. 유권자 20% 정도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 지지 후보를 정한 시점을 보면 투표일 1~3일 전이 16.4%, 투표 당일이 5.6%였다. 지금이라도 선거 홍보물을 뜯어 꼼꼼히 살펴보자. 인물과 정책을 따져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한다. 포기하기엔 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엄중하다.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