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KOICA 원조, 코로나 대응에 집중해야

입력 2020-04-12 18:44
수정 2020-04-13 00:07
지난달 중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 파견된 무상원조 기관의 봉사단원, 자문단원 전원이 안전과 건강을 이유로 일시에 귀국했다. 월드프렌즈코리아에 따르면 한국의 봉사·자문단원은 올해 초 세계 52개국에서 총 1958명이 활동했다. 일시적 귀국이라고는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이른 시일 내에 다시 파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조를 받는 국가의 입장에서도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봉사단원이나 자문단원의 파견이 아니다. 크게 부족한 코로나19 진단키트, 보건용 마스크, 산소호흡기 및 집중치료기(ICU) 등을 지원받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세계 언론을 통해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모범국가로 비춰지고 있다. 한국이 코로나19 관련 의료기기 지원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가 차원은 물론 각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들의 원조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있는 콜롬비아의 산탄데르주 역시 거의 매일 다양한 방식의 협조 가능성을 문의해 오고 있다. 콜롬비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위한 절차에 국회 비준만 남겨놓을 정도로 경제력 있는 국가지만, 코로나19 징후가 있는 사람이 확진 판정을 받으려면 1주일 이상 소요될 정도로 의료 체계가 열악하다.

올해 KOICA를 포함한 월드프렌즈 봉사단원의 재파견이 불투명하고, KOICA의 다양한 원조 사업이 일시 중단된 상황에서는 봉사단원 사업 예산과 불요불급한 무상원조 사업을 코로나19 지원 사업으로 전환해 최대한 빨리 지원하는 것이 원조 대상 국가들의 만족도를 높일 것이다. 이를 통해 무상원조의 효율성을 높이고, 한껏 높아진 의료보건 선진국 및 첨단 의료기기 제조국가로서의 국가 이미지도 극대화할 수 있다. 일석삼조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박종천 < 콜롬비아 산탄데르 우납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