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따로 노는’ 기업 신용등급 살펴보니

입력 2020-04-12 19:38
[04월 12일(19:38)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큽니다. 갈수록 국내외 영업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출 급감과 수익성 하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탓이죠.

기업, 정확하게는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회사채에 매겨지는 신용등급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채 가격과 직결됩니다. 통상 신용등급이 높으면 발행 금리가 낮아져 회사채 가격은 높아집니다. 반대로 기업의 사업·재무 상태가 나빠져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발행 금리가 오르고 회사채 가격은 낮아지죠.

하지만 때때로 신용등급과 회사채 가격이 '따로 노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용등급은 높은데 회사채 가격이 너무 낮거나 신용등급은 낮은데 회사채 가격이 높은 식이죠.

이유는 다양합니다. 특정한 이벤트로 인해 시장 상황이 평소와 달리 움직일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고요. 신용평가사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비해 너무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해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현재 신용등급에 비해 중장기 전망이 밝아 투자 매력이 높은 경우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해 신용등급과 시장 수익률 간 차이를 분석한 결과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신용등급별 기준 수익률과 종목별 시장 수익률 간 지속적으로 괴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기업을 추려서 현황과 원인을 분석한 겁니다. 지난해 한국기업평가에서 부여한 회사채 신용등급이 있는 258개 기업을 모두 관찰했다고 하네요.

그럼 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익률을 반영한 신용등급(MIR)과 실제 한기평에서 부여 받은 신용등급 간 괴리가 큰 대표 기업을 몇 개 살펴보겠습니다. MIR(market implied rating)은 쉽게 말해, 시장에서 평가하는 회사채 수익률을 신용등급으로 환산한 걸 말합니다.

일단 에스케이이앤에스가 있습니다. 실제 신용등급은 AA+죠. 하지만 MIR은 AA- 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무려 두 단계나 낮은 신용등급이죠. 에스케이이앤에스는 비영업용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재무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주 친화적인 배당 정책에 투자 부담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역시 실제 신용등급인 AA+와 MIR인 AA- 간 차이가 큽니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MIR이 AA였는데 11월 말 AA-로 떨어졌습니다. 경쟁은 심화하는데 미래 자동차 시장 대비를 위한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영향이죠. 올 들어서도 자동차 산업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 투자자들의 인식이 그리 개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케이씨씨(AA)는 지난해 11월 MIR이 A+까지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다시 AA-로 회복됐지만요. 전방 산업 부진으로 수익창출능력이 떨어진 데다 모멘티브 인수와 편입 등으로 재무부담 확대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기업평가는 케이씨씨가 보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얼마나 재무안정성을 끌어올릴 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엘지디스플레이는 제조 부문에서 비교적 회사채 거래가 활발한 편입니다. MIR는 A+로 한 단계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고요. 투자자들은 엘지디스플레이가 부진한 영업현금흐름으로 주요 재무지표가 나빠지고 있어 단기간 내 이익창출능력을 개선하는 게 쉽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AA-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 롯데렌탈은 시장에서는 A+로 평가되고 있지요. 업계 경쟁 강도 등을 고려했을 때 부정적인 수익성 전망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오토리스 업체들의 장기 렌트 부문 시장 참여로 가격 경쟁이 이어지고 있거든요. 판관비 부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 지배력 유지를 위해 외형 확대를 포기할 수도 없거든요.

종합해보면 신용등급과 시장 수익률 간 차이는 대외 환경의 불안정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계열이나 사업 이슈에 의한 불확실성까지 증폭된 탓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괴리가 있는 기업들에 대해 펀더멘털 상 변화가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것이다. 시장과 의사소통 채널 확대, 신용등급에 대한 충실한 논리적 배경 설명에 더 주력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답니다. (끝)/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