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스팅어 샷’이다. 그는 전성기 로프트가 낮은 3번 아이언으로 탄도를 낮게 유지하는 샷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투어를 휩쓸었다. 브리티시오픈에선 로프트를 더 세운 2번 아이언을 들고나와 해안가 바람을 뚫고 샷을 날렸다. 로프트가 낮아질수록 사이드 스핀이 많이 발생하고 방향성이 나빠진다는 게 골프계 정설. ‘제대로 빨리’ 치지 않으면 롱아이언을 치는 목적이 무의미해진다.
우즈는 마치 쇼트 아이언 다루듯 롱 아이언을 지배했다. 많은 선수가 이 샷을 배우려고 우즈가 나타난 드라이빙 레인지를 수없이 기웃거렸다.
‘루키’ 유해란(19·사진)은 남자 선수도 꺼리는 3번 아이언을 자유자재로 다뤄 주변 동료들 사이에서 관심을 끈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삼다수마스터스에서 3번 아이언으로 제주 바람을 뚫고 첫승을 일궈냈다. 그는 “롱 아이언을 잘 치는 게 최대 장점”이라며 “3번 아이언은 주로 200~210야드를 보낼 때 쓴다. 우드보다 런이 훨씬 적어 먼 거리에서 그린을 공략할 때 사용한다”고 했다.
유해란은 “3번 아이언을 우드처럼 다뤄야 한다”고 했다. 셋업부터 스윙까지 우드를 치듯 생각하라는 게 그의 말이다. “우드처럼 공을 왼발에 가깝게 놓고 어드레스해요. 짧은 아이언을 칠 때는 ‘V’자 스윙 궤도가 나오잖아요. 3번 아이언은 우드를 칠 때처럼 ‘U’자 스윙 궤도로 친다고 생각해야 해요. 백스윙에서 다운스윙으로 이어지는 동작이 가파르지 않고 완만해야 한다는 뜻이죠.”
테이크어웨이 동작에서부터 클럽헤드를 낮고 길게 빼는 게 중요하다. 헤드가 잔디를 슥~ 훑고 지나가는 듯 백스윙을 시작하되, 손목 코킹을 조금 천천히 하는 게 완만하고 넓은 스윙 아크를 그리는 요령 중 하나다.
유해란은 “쓸어치는 스윙인 만큼 임팩트 이후 공을 앞으로 쭉 밀어준다는 느낌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의 직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잘 밀어주려면 테이크어웨이 때와 똑같이 낮고 긴 폴로스루가 필수다. 그러기 위해선 왼쪽 겨드랑이가 왼쪽 어깨에 잘 붙어 있어야 하고 왼팔꿈치도 최대한 펼쳐주는 게 좋다.
유해란은 그러나 기술적인 면보다 “3번 아이언이 어렵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멀리 치는 것보다 정확하게 치고 싶어 3번 아이언을 사용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은 그는 “많은 사람이 3번 아이언을 들고 ‘오버 스윙’을 하는데 백스윙 크기를 다른 짧은 아이언을 칠 때처럼 작게 유지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했다. 거리를 머리에서 지우고 부드러운 임팩트만 생각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는 얘기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