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가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에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을 공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삼성디스플레이를 샤프가 대신한다는 얘기다.
지난 8일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인 러시아 DSCC가 보고서에 ‘두 회사가 패널 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게 시작이었다. 주요 외신들이 이 내용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삼성 샤프 거래 재개설’에 불이 붙었다. 삼성도 부인하진 않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거래처에 대한 상황을 확인해 줄 순 없지만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인연은 질기다. 삼성이 처음 디스플레이 사업에 진출한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일본 샤프는 ‘반드시 따라잡아야 할 업체’였다. 꿈이 이뤄진 것은 2005년이다. 당시 직접 패널 사업을 했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 선발주자인 샤프(18%)를 2%포인트 차이로 앞질렀다. LCD 사업부가 별도 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 떨어져 나온 것은 2012년이다. 2013년엔 삼성전자가 ‘협력관계 강화’ 목적으로 샤프 지분 3%를 매수하기도 했다.
관계가 틀어진 건 애플 납품업체 폭스콘으로 유명한 대만 훙하이그룹이 샤프를 인수한 2016년부터다. “삼성에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궈타이밍 훙하이그룹 회장의 선언으로 2017년부터 샤프가 LCD 패널 납품사 목록에서 빠졌다. 현재 궈 회장은 경영 2선으로 물러난 상태다.
삼성전자 대형 LCD 패널 수요의 약 30%를 담당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 중단을 선언하면서 상황이 또 달라졌다.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야 하는 삼성전자와 공급처 확대가 절실한 샤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거래 재개’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시 손잡더라도 샤프가 삼성에 공급할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기존 거래처인 대만 AUO, 중국 BOE 등과의 가격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샤프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샤프를 LG디스플레이와 비슷한 ‘2선 파트너’로 활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샤프 사태를 계기로 삼성전자에 TV용 LCD 패널 납품을 시작했지만, 공급량은 극히 적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