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신안산선 조기 완공 공약이 많이 나오니 또 호재성 뉴스로 작용하는 듯 하네요. 후보들마다 신안산선 사업 얘기를 하니까 투자 문의를 해오는 전화가 부쩍 늘었습니다."
11일 경기 안산 상록구 사동에 위치한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30여분 동안에도 2~3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투자할 만한 매물을 찾는 사람들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상록구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 상가 1층에는 어림잡아 20여개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줄지어 자리잡고 있었다. 상가 맞은편에는 4·15 총선을 앞두고 여러 후보들이 걸어놓은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대부분 '신안산선 조기착공', ‘신설역 추가·노선 연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안산 부동산시장의 열기와 신안산선 착공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이 엿보였다.
◆안산 아파트, 총선 앞두고 가파르게 상승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안산에서 신안산선 복선 전철 사업이 총선 주요 공약으로 부각되면서 인근 주택시장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착공에 들어간 신안산선은 안산 한양대역(가칭)에서 시작해 시흥과 광명을 거쳐 서울 여의도까지 43.6㎞를 연결한다. 개통 시 안산에서 여의도까지 약 30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논의 중인 2단계 사업도 현실화되면 서울역까지 5.8㎞가 연장된다.
‘2·20 부동산 대책’ 이후 풍선효과로 들썩이던 안산 부동산시장은 총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선거 운동에 들어가면서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양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안산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0.48% 뛰었다. 특히 안산 단원구는 0.49% 상승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안산 상록구도 0.48%의 상승률을 나타내며 두 번째로 오름폭이 컸다. 안산 아파트 값은 지난해 9월 첫째주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한차례 보합세를 보인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6일 기준으로 32주 연속 올랐다. 2·20 대책 이후엔 오름폭을 키우던 집값은 총선 유세기간에 접어들면서 매주 0.50~0.70%대 높은 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새 아파트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1년 사이 2억원 넘게 몸값이 뛴 단지도 있다. 단원구 고잔동의 '레이크타운 푸르지오'(2016년 2월 입주)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초 7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1년 전 실거래가(4억9600만원)보다 2억2000만원 가량 올랐다. GS건설이 상록구 사동에 지은 '그랑시티 자이'(2020년 2월 입주) 전용 84㎡ 역시 지난 1일 5억3391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1년 전(3억6221만원)에 비해 1억7000만원 넘게 뛰었다.
고잔동 K공인 관계자는 "대책 발표 직전부터 수용성(수원 요인 성남)에 규제가 들어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서울이나 수도권 등지에서 비규제지역을 찾는 투자자들이 조금씩 유입됐다"며 "대책이 나온 이후에는 투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H공인 대표도 "실거주자들은 신안산선 교통 호재와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 등에 기대를 걸고 주택을 매수하는 분위기"라며 "2~3년 전 분양한 단지들의 입주 시기가 다가오면서 새 아파트가 상승세를 이끄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안산선 공약…총선 후 화제 식을 것"
안산 지역에 출마한 대부분의 후보들의 공약엔 신안산선 조기 착공이 담겨 있다. 교통망, 특히 지하철이나 철도는 주민 생활 여건 개선과 지역개발, 집값 상승에 두루 영향을 미치곤 한다. 민심이 부동산에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후보들마다 이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안산 단원갑에선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신안산선 2024년 개통 공약을, 김명연 미래통합당 GTX-C노선 안산 연장안을 내놨다. 단원을에서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GTX-C노선 안산 유치, 신안산선 2024년말 개통, KTX 초지역 정차 추진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이 지역에 출마한 박순자 미래통합당 후보의 공약도 신안산선 조기완공 추진, GTX-C노선 연결 추진, 4호선 안산구간 지하화 추진 등이다. 안산상록갑에서 박주원 미래통합당 후보는 신안산선 한양대역~자이역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단원구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안산선은 1998년부터 21년간 지역사회의 숙원으로 남아 있던 사업"이라며 "수요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현재 개발이나 계획이 지연되고 있는 철도 사업이 총선 이후 계획이 안정화되고 개발 속도가 붙는다면 각종 노선 호재 지역 주변의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안산선와 관련한 공약으로 인한 안산시 집값 상승이 있더라도 이는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철도가 개통되는 2024년 이후에야 실수요자가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봐서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신안산선 공약은 매 총선때마다 거론되던 내용으로 선거가 끝나고 나면 화제성이 식곤 했다"며 "이번에 쏟아져 나오는 조기 개통에 대한 공약 대부분이 실천 방향이 모호해 현실성이 떨어진다. 신안산선이 실제 부동산시장에서 가치가 반영되려면 개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개통까지 최소 3~4년이 필요한데 입주·분양물량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도 집값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안산의 아파트 올해 입주 물량은 1만175가구로 지난해(4589가구)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날 예정이다. 2020년 2월 입주 예정인 총 3728가구 규모의 그랑시티자이1차와 2872가구 규모의 그랑시티자이2차 등이 있다.
안산=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