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재권·연구실적 담보로 대출해 주는데…

입력 2020-04-10 17:24
수정 2020-04-11 00:31
바이오업계에선 씨젠 등 일부 진단키트 업체의 성공에 가려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업계의 자금경색 위험이 외면당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진단키트 업체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회사에 집중되는 것을 두고도 불만이 나온다.

정부가 내놓은 자금 지원 대책은 주로 전통적 제조업과 금융권이 타깃이다. 회사채 등을 매입하는 채권시장안정펀드와 한국은행의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은 바이오 회사엔 먼 나라 얘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곤 신용등급이 나오지 않아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바이오 기업의 주요 재무적 투자자(LP)인 증권사 RP를 매입할 경우 간접적 지원효과가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유동성 문제로 투자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낙수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연구개발(R&D) 중인 기술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미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바이오 기업에 지난달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특별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을 터준 것과 비교된다. 한 바이오 회사 대표는 “소상공인에 집중된 코로나19 대출 프로그램을 바이오 기업에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벤처 투자 대책과 관련해서도 불만이 많다. 지난 8일 모태펀드 집행률을 높여 지원을 늘린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코로나19와 관련되지 않은 기업은 투자심의를 넘기조차 어려운 분위기”라고 푸념한다. ‘창업·벤처기업 코로나 특례보증’ 확대 역시 실제 바이오 기업이 대출받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럼에도 정부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경쟁력이 부각된 코로나19 진단키트와 백신·치료제 개발 업체를 집중 지원할 방침”이라고 했다.

바이오 기업들은 ‘현금 고갈(캐시버닝) 사태’를 피하기 위해 정부 연구과제 사업에 목을 매고 있다. ‘생존 자금’을 마련해두기 위해서다. 벤처캐피털(VC)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공모한 연구과제에 무려 80개 넘는 업체가 지원했다”며 “향후 현금 고갈을 대비한 기업이 늘어난 데 따른 이례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