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비(非)게임 분야 투자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넥슨을 매물로 내놓은 상황에서도 캐나다 명품 브랜드 ‘무스너클’(사진)에 수백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NXC 자회사 NXMH는 지난해 6월 캐나다 대표 의류업체인 무스패션에 642억원을 투자해 지분 23.9%를 취득했다. NXMH는 NXC가 벨기에에 설립한 투자 전문 법인이다.
무스패션은 무스너클로 유명한 업체다. 무스너클은 노비스, 캐나다구스 등과 함께 캐나다 3대 명품 패딩 브랜드로 꼽힌다. 패딩 가격은 대부분 100만원이 넘는다. 국내에서는 스타럭스가 공식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30~40대 여성 직장인이 주요 타깃이지만 10~20대에게도 인기가 많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40주년을 기념해 무스너클과 협업해 내놓은 제품은 출시하자마자 400장이 모두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NXC 관계자는 “넥슨은 게임사지만 지주회사 NXC를 설립한 주요 목적 중 하나는 투자 확대”라며 “무스패션도 일종의 재무적 투자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비게임 분야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홍콩의 온라인 레고 중개업체 브릭링크를 시작으로 노르웨이 프리미엄 유아용품업체 스토케, 유럽 가상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 이탈리아 유기농 동물사료업체 아그라스델릭 등 무려 20여 개 회사를 인수하거나 투자했다. 무스패션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 무산된 넥슨 매각 작업 중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돈이 될 곳’이면 어느 업체에나 투자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IB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다음 세대’와 ‘미래 사업’이 투자한 업체들의 공통분모라는 분석이다. 넥슨은 브릭링크 인수를 계기로 레고 기부사업을 벌이며 국내외 어린이들의 창의력 증진을 돕는 일에 나섰다. 스토케도 어린이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다만 김 대표는 브릭링크를 지난해 레고그룹에 매각했다.
동물사료업체 아그라스 역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세계적 추세를 고려해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2014년부터 미국 벤처투자사인 컬래버레이티브펀드의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이후 공유경제 기업, 전기 이륜차 업체, 콩고기 제조사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NXC 관계자는 “최근에는 김 대표가 일명 MZ세대(밀레니얼 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에 투자한 무스너클도 10~20대가 선호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지난 2월 설립한 자회사 아퀴스도 주요 타깃층이 MZ세대다. 아퀴스는 온라인에서 각종 투자를 돕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다. 아퀴스는 모바일 메신저처럼 대화하는 방식에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요소를 추가한 투자 서비스를 내년 세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