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4관왕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휩쓸며 한국 영화 최초 그리고 아카데미 92년 사상 최초의 비영어 영화의 작품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수상에 대한 반응은 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 뜨거웠고, 기생충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축배를 들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기뻐했던 이들은 바로 시상식에 참여했던 할리우드의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과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었다. 유색인종인 아시안의 아카데미 수상이 그동안 겪어왔던 차별과 아픔에 보답해주는 것 같다는 인터뷰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사회적 문제를 정확히 짚어 주었다.
9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카데미 최고 영예인 최우수작품상에는 단 한 번도 아시아 영화가 상을 받은 적이 없다. 이번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조차도 아카데미 시상식을 ‘지역 축제’라고 표현할 정도로 아카데미는 유색인종에게 박한 대우를 계속해 왔다. 오스카 역사상 최종 후보에 오른 아시아 작품이나 인물은 전체 작품 대비 3%조차 되지 않으며, 실제 수상까지 이루어진 경우는 전체 부분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최근 유색인종의 차별에 대한 비판이 많아지자 흑인이나 라틴계 영화를 후보에 올리는 등의 시도를 하였으나, 아시아계 영화나 배우가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백인 우월주의가 만연해 있던 아카데미 시상식에 기생충이 ‘아시안’으로서 당당히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지난 시간 동안 걸어왔던 아카데미의 행보는 단언컨대 ‘인종 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 세계 모든 나라 영화와 사람들이 즐겨야 할 영화제에, 한 인종이 가장 뛰어나다는 이유로 그들의 것만 후보로 올리고 상을 준다는 것이 진정한 권위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공정한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할 영화들이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폄하되는 일은 실제 다른 여러 시상식에서도 행해지고 있는 차별이다. 평등한 인간으로서 살아갈 권리를 침해받으며 부당한 대우를 받은 많은 유색인종에게 백인들은 진정한 사과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이번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을 계기로 그간 비주류에 속해왔던 아시안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많이 비치기를 기대한다.
이은서 생글기자(동경한국학교 고등부 2년) leeun99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