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운항 기술이 도로를 넘어 바닷길로 확대되고 있다. 수십만t의 초대형 선박이 사람 개입 없이 바다 위 장애물을 피해 가는 ‘스마트 선박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자체 개발한 첨단항해지원시스템인 하이나스(HiNAS)를 SK해운의 25만t급 벌크선에 처음으로 탑재했다고 9일 발표했다.
하이나스는 현대중공업그룹이 KAIST와 공동 개발한 자율운항시스템이다. 카메라로 주변 선박을 인식하면 인공지능(AI)이 충돌 위험을 판단한다. 이를 증강현실(AR)로 반영해 항해자에게 알려준다. 야간이나 안개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적외선 카메라를 활용해 장애물 위치나 속도 등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하이나스 기술은 수차례 시운전을 통해 검증을 마쳤지만 실제 운항 중인 대형 선박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기존 스마트선박 기술에 충돌 회피를 돕는 하이나스를 추가해 자율운항선박 시장 선점에 나섰다. 2017년 선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최적의 운항 경로를 제공하는 선박용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인 ‘통합스마트십솔루션(ISS)’을 개발했고, 지금까지 150여 척에 적용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또 선박 이·접안 시 주변을 한눈에 보여주는 ‘이접안지원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조만간 선박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사진)은 “조선업도 4차 산업혁명에서 예외가 아니다”며 “자율운항기술과 스마트선박은 조선업이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 다시 도약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