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이용률이 급증하면서 해외 콘텐츠 사업자(CP)의 통신망 무임승차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트래픽 폭증으로 국내 통신사의 망 증설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 시장을 장악한 해외 CP들이 비용 분담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올해 들어서만 4차례 한-일 해외망을 증설해 전송 용량을 작년 말의 2배 수준인 400Gbps급 이상으로 늘렸다. 이달에도 해외망을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지난해의 경우 연간 해외망을 세 차례 증설한 데 비해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같은 투자는 주로 폭증하는 넷플릭스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해 이뤄졌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등 해외 콘텐츠 이용자가 크게 늘면서 접속이 지연되거나 화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해외망 증설은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고 설명했다.
KT도 지난해 해외망을 늘린 데 이어 올 초 한-일 구간 용량 증설을 진행했다. 역시 넷플릭스·유튜브 중심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국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다.
KT 자회사 나스미디어의 '2020 인터넷 이용자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PC·모바일 인터넷 이용자 93.7%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사용 중이다. 넷플릭스 이용률은 28.6%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국내 유료 가입자는 200만명으로 2년 전(40만명)보다 5배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들 업체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는 463만명으로 2월보다 22% 늘어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3월 유튜브 사용 시간도 2월보다 16% 뛰었다.
문제는 트래픽 폭증에 따른 통신망 운영·증설 비용을 오롯이 국내 업체들이 부담한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유튜브(구글)로 대표되는 해외 CP들은 국내 CP들과 달리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무임승차 비판이 거듭 나오는 이유다.
SK브로드밴드는 작년 11월 넷플릭스를 상대로 망 사용료 협상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 신청을 접수했다. 넷플릭스에 최근 1년간 9차례나 망 사용료 협상을 요청했지만 넷플릭스가 이를 거부한 탓이다. 방통위는 중재 신청 결과를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다.
통신업계는 해외 CP가 통신망 품질을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망 증설 비용을 통신사가 오롯이 떠안으면 결국 통신요금이 올라 이용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들은 매년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낸다. 페이스북도 SK브로드밴드와 KT에 망 사용료를 지급한다"며 "구글과 넷플릭스도 망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이들이 국내 시장에서 이득만 취할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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