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패션·의류 벤더업계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탑텐·지오지아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신성통상은 최근 직원 20여명을 권고사직 처리했다. 신성통상 측은 수출본부 소속 직원 30여명과 권고사직 관련 면담을 진행했고, 이 중 일부가 사직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통상 측은 코로나19로 미국과 유럽 바이어들이 선적을 보류하고 주문을 취소하면서 수출사업부의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두 달 동안 신성통상의 미얀마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생산 공장 가동도 중단된 상태다.
베스띠벨리 등 여성복 브랜드를 운영하는 신원그룹 역시 해외사업부 소속팀 1개를 축소하고, 직원 7명을 해고했다. 의류벤더 빅3 중 하나인 한세실업도 지난달 진행 중이던 신입사원 공채 1차 면접을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유로 중단한 상태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류 벤더 업계를 살려달라"는 호소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자신의 가족이 의류 벤더 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밝힌 청원인은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든 오더가 구매자의 일방적 구매 취소·선적 취소 등으로 대금인 안 되고 있다"면서 미주에 의류를 주로 수출하는 업체가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 가족이 다니고 있는 회사의 경우에 노사합의 없는 일방적인 통보로 4월 1일부터 직원을 50% 감축하고 월급을 30% 삭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의 의류벤더 업체는 한때 수출의 한 축을 담당할 만큼 좋은 성과를 냈다"면서 "의류 벤더 산업 종사자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무너지지 않도록 힘써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읍소했다.
9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해당 청원 글에는 1만명이 넘게 동의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벤더 업계에서 시작된 구조조정이 패션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패션업계는 소비재기 때문에 경기에 굉장히 민감하다"면서 "경기가 안 좋으면 가장 먼저 줄이는 소비활동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수요가 줄어 패션 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