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09일(09:3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롯데칠성이 발행 예정인 회사채 인수단에 참여하며 회사채시장 지원을 시작한다. 2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가 가동한 데 이어 정부의 지원사격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오는 21일 발행 예정인 롯데칠성의 회사채 인수단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전체 발행금액(1500억원)의 3분의1인 500억원어치를 총액인수할 예정이다. 롯데칠성이 13일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진행하는 수요예측(사전 청약)에서 전체 매수주문 규모가 모집액에 못 미치면 산은이 팔리지 않은 물량 중 3분의1을 가져간다. 수요예측에 들어온 매수주문 규모가 900억원이면 팔리지 않은 600억원어치 중 200억원어치를 산은이 떠안는 식이다. 만약 매수주문 규모가 모집액 이상으로 들어오면 산은도 주관?인수를 맡은 다른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낙찰을 받은 투자자에 사전에 총액인수한 채권을 모두 넘길 예정이다.
산은은 롯데칠성 회사채 발행에 참여하는 것은 시작으로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방안 중 하나인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의 지원 대상은 공모 회사채를 차환하려는 기업 중 신용등급이 ‘A’ 이상이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피해로 이보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이다. 한 채권당 총액인수 한도는 발행물량의 30~35%, 기업별 지원금액 한도(누적 기준)는 2000억원이다. 총 지원 규모는 1조9000억원이다.
산은은 이와 별도로 A등급 이하 기업을 지원대상으로 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준비하고 있다. 신속인수제는 기업이 만기를 맞은 회사채를 갚기 위해 새 회사채를 발행하면 산은이 80%를 인수해주는 제도다. 산은이 인수한 회사채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더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로 재발행 된다. 지원 규모는 5조5000억원이다. 채권시장에선 산은이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신속인수제 시행준비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가동된 데 이어 산은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자금 조달환경이 경색될까 우려해온 기업들이 조금을 숨을 돌리게 됐다는 평가다. 채안펀드는 최근 롯데푸드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지원을 예고했다. 채안펀드는 신용등급 AA-이상 금융채와 회사채, A1등급 기업어음(CP)을 매입 대상으로 삼고 있다.
다만 채안펀드의 운용방침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시장 안정화 효과가 얼마나 클 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아있다. 정부는 채안펀드 운용사들에 “비싼 가격에 사지 말라”는 요구를 하는 반면, 채권시장에선 “적어도 시장가격 정도로는 매수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방침으로 인해 채안펀드는 아직도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매입을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입찰을 두 차례나 진행하고도 지원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