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창립 71년 만에 처음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경마 휴장이 계속되면서 사상 첫 적자 경영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마사회는 오는 7월까지 김낙순 회장 등 임원 급여 30%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직원 1200여 명도 위기 극복을 위해 동참하기로 했다. 11일부터 경마가 정상화될 때까지 매 주말 경마일(토·일요일)을 휴업일로 지정해 법정 휴업수당만 받는다. 휴업수당은 기본급의 70% 수준이다.
마사회는 지난 2월 23일부터 경기 과천 경마장 등 전국 사업장을 모두 폐쇄했다. 오는 24일 경마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경주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사람이 몰리는 대회를 열 수 없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이미 휴장 기간을 세 차례에 걸쳐 연장했다.
경마장이 ‘개점 휴업’ 상태에 빠지면서 마사회 매출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마사회는 두 달간 이어진 휴장으로 작년보다 매출이 1조6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949년 설립된 마사회가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경마 매출의 16%(레저세 10%, 지방교육세 4%, 농어촌특별세 2%)는 세금으로 돌아간다. 이 가운데 레저세와 지방교육세는 지방 세원으로 쓰인다. 마사회는 지난해 레저세로 7357억원, 지방교육세로 2943억원, 농어촌특별세로 1471억원을 냈다. 마사회 예측대로 1조6000억원의 매출이 허공에 날아갈 경우 줄어드는 지방 세수는 2240억원에 달한다.
마사회가 해마다 순이익의 70%를 출연하는 ‘축산발전기금’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마사회가 적자 전환하면 기금 출연금이 ‘제로(0)’가 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지난해 1264억원의 축산발전기금을 내놨다.
마사회 관계자는 “마권 발행의 90%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일본 싱가포르 등은 코로나19에도 무관중으로 경마를 치러 손실이 크지 않다”며 “국내에선 온라인 발권이 금지돼 매출을 회복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