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라 면세점, '코로나 쇼크' 인천공항 사업권 포기했다

입력 2020-04-08 19:10
수정 2020-04-08 19:12

면세업계 쌍두마차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T1) 면세점 입찰전에서 확보한 사업권을 나란히 포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더믹) 국면으로 공항 이용객이 증발한 상황에서 비싼 임대료를 감내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결과다.

8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T1 제4기 면세점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와 임대차 관련 표준계약서를 체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입찰에서 롯데면세점은 DF4(주류·담배), 신라면세점은 DF3(주류·담배) 구역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임대료격인 1차년도 최소보장금이 각각 697억원, 638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업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1, 2위 사업자들도 발을 빼게 됐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4기 사업 응찰 후 코로나19 확산세가 더욱 확대돼 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계약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 역시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임차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당초 '빅딜'로 꼽히던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전이 코로나19로 수렁에 빠진 셈이다. 면세업계에서는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를 이 같은 사업권 포기의 주 요인으로 지목한다. 올해 9월부터 영업을 시작하면 양사가 최소보장금을 납부해야 하는 점, 계약 구조상 향후 최소보장금이 올해보다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이 포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면세사업자의 매출과 업황이 반영되지 않고 계약 당시 고정된 금액을 내는 최소 보장액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첫 해에는 낙찰금액으로, 2년차부터는 여객증감률을 기준으로 증감률을 반영하게 된다. 연간 최소보장금 증감률 한도는 9%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임대료의 기준이 되는 여객수가 올해는 코로나19로 급감했지만 내년에는 기저효과로 전년 대비 증가하면서 내후년 임대료 인상폭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천공항 이용객은 추락했다. 이달 6일에는 여객 수가 4581명을 기록해 2001년 개항 이래 처음으로 5000명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에 면세점 사업자들은 인천공항 측에 임대료 관련 계약 내용 변경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장 10년까지 운영 가능한 사업권인 만큼 악화된 업황에서 이 같은 임대료 부담을 떠안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한편, 인천공항에 처음 진출하게 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DF7(패션 기타) 구역에 대해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DF7 구역의 최소보장금은 406억원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브랜드 유치 경쟁력 강화와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 인천공항공사와 협의 하에 협상안에 서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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