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빈자리, 스팩이 메우네!

입력 2020-04-08 17:31
수정 2020-04-09 02:27
‘개점 휴업’ 상태인 기업공개(IPO) 시장을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메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반 기업의 상장작업은 부진한 반면 안전성이 돋보이는 스팩은 부지런히 증시를 노크하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2주 동안 세 건의 스팩이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했다. 지난달 24일 한국거래소가 이베스트스팩5호의 상장을 승인한 다음날부터 스팩의 상장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올 1분기 신규 상장 12건 중 스팩은 5개로 전체의 40%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엔 스팩 상장이 2건에 그쳤다.

스팩은 상장을 원하는 기업과의 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상장 후 3년 안에 비상장사나 코넥스 기업과 합병해 코스닥 우회상장의 도구로 활용된다. 3년 내 합병에 실패하면 상장이 폐지되고 투자자들에게 공모가 기준 원금과 연 1~2%대 이자를 돌려준다. 초저금리와 증시 침체기에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상장을 노리는 기업도 스팩 합병은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예상 조달자금의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일반 상장은 기관투자가 수요 예측의 흥행 여부에 따라 공모 자금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스팩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공모 자금의 변동 가능성이 없다. 스팩은 상장 후에도 주가 움직임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올해는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애니플러스와 네온테크 등 4개사가 스팩 합병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고 이달부터 나인테크와 카이노스메드, 덴티스, 윈텍 등 6개사가 코스닥 상장을 예고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고 증시가 반등하면 하반기부터 IPO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상반기까지는 일반 상장이 위축돼 스팩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