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08일(14:2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삼성과 에쓰오일 등 대기업들이 서울대 연구실에서 탄생한 산업 인공지능(Industrial AI)기술 기반 스타트업 원프레딕트(OnePredict)에 투자했다. 원프레딕트는 공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설비 이상을 진단 및 예측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AI를 통해 기존의 생산 시스템을 혁신하고 관련 기술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니즈(수요)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원프레딕트는 최근 삼성벤처투자와 에쓰오일로부터 각 10억원씩 총 20억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스톤브릿지벤처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SJ투자파트너스 등 국내 대표 벤처캐피탈(VC)들로부터 유치한 130억원에 더해 총 150억원으로 시리즈B 투자를 마무리했다. 원프레딕트의 누적 투자금액은 190억원에 이른다.
원프레딕트는 2016년 10월 국내 대표적인 ‘스마트팩토리’ 전문가로 꼽히는 윤병동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대표·사진)가 제자 4명과 함께 세운 연구실 벤처기업이다. AI, IoT,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결합해 산업설비의 고장 위험성과 잔여수명을 예측하는 솔루션인 ‘가디원’을 개발해 주목 받았다.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발전사와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등 국내 기업을 비롯 글로벌 대형 업체 셰플러, ABB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주요 고객사다.
원프레딕트의 이번 투자 유치는 삼성그룹의 신사업 발굴을 위한 선봉대 역할을 하는 삼성벤처투자와 에쓰오일의 참여로 주목 받고 있다. 삼성그룹은 기업형벤처캐피탈(CVC) 계열사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에 초기 단계 지분 투자를 한 뒤, 성장성과 시너지가 검증되면 추가 투자를 통해 인수하거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18년 소수 지분 투자로 인연을 맺은 뒤 지난해 12월 추가 투자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선 폴더블 스마트폰 유리기판 제조사 도우인시스가 대표적 사례다.
정유사에서 종합 석유화학업체로의 변화를 추진 중인 에쓰오일은 지난해 1월 원프레딕트의 시리즈A투자에 1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시리즈B에도 투자하며 벤처 투자를 통한 시너지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2015년부터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잔사유를 이용해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RUC(잔사유 고도화 설비), ODC(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 건설에 5조원을 투자해 지난 해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에쓰오일은 2024년까지 7조원 규모의 추가 시설 투자를 예고한 상황이다. 3~4년마다 노후화된 설비를 교체하고 수선하기 위해 한달여의 대정비에 나설 정도로 생산 설비 관리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정유사로선 설비의 이상을 진단·예측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한 투자은행(IB)관계자는 “업계 1위만이 살아남는 무한 경쟁 속에서 인건비 및 유지보수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과제로 떠올랐다”며 “기업들이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빠른 기술 변화 속도에 맞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원프레딕트는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우수 인재 확보, 클라우드 플랫폼 구축, 레퍼런스 확대, 글로벌 고객사 확보 등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벤처투자업계는 원프레딕트의 벤치마크 기업으로 미국의 업테이크(Uptake, 기업가치 2조 7000억원), C3(기업가치 2조 5000억원)등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들고 있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지난해 산업 이미지 분석을 위한 딥러닝 머신비전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수아랩이 세계 머신비전 1위 기업인 코그넥스에 2300억원에 인수되는 등 산업AI분야를 바라보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각도 긍정적”이라며 “원프레딕트는 일반 제조업 뿐 아니라 발전이나 변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솔루션 개발 능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