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는 올해 1분기 비대면 계좌를 개설한 신규 고객이 어떤 종목을 샀는지 알아봤다. 32.6%가 계좌를 열고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 2위와 3위는 신한지주, 현대차였다. 하지만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그만큼 삼성전자 쏠림 현상이 심했다.
폭락과 회복이 이어진 코로나 장세에서 삼성전자를 사들였던 개인투자자들이 테마주로 옮겨가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관심을 받는 정치 테마주, 코로나19 관련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오주 등이다.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우량주에 투자하며 증시에 입문한 개인투자자들이 증시가 안정화되면서 예전만큼 수익률을 거두지 못하자 각종 테마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보다 몰린 정치 테마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선언한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8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종목을 주간 단위로 분석해봤다. 4주 동안 투자 방향은 완전히 달라졌다. 전자·자동차·배터리 등 낙폭 과대 우량주 매수는 점점 줄고 제약·바이오를 비롯한 코로나19 테마주와 정치 테마주 매수는 크게 늘었다.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직후인 지난달 12일부터 1주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11개가 전자·자동차·배터리 등 우량주였다. 삼성전자 순매수액은 1조7122억원에 달했다. 현대자동차는 3024억원, SK하이닉스는 214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약 3주 후인 최근 1주일간(4월 2~8일)을 보면 영 딴판이다.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전자 자동차 관련은 4개에 불과했다. 삼성전자 쏠림 현상이 사라진 대신 개인투자자의 관심은 셀트리온으로 옮겨갔다. 이 주에만 94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체 순매수 금액의 14%를 셀트리온에 쏟아부은 셈. 이어 녹십자(229억원), 유한양행(208억원), 부광약품(180억원) 등 제약·바이오주를 사들였다.
정치 테마주라 불리는 남선알미늄이 순매수 5위(338억원)를 차지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남선알미늄은 계열 관계인 SM그룹 삼환기업의 전 대표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친동생 이계연 씨라는 이유로 테마주가 됐다. 이씨가 지난해 11월 대표직에서 사임했지만 투자자는 여전히 이를 총선 테마주로 인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우선주)는 40억원으로 순위권 한참 밖으로 밀려났다.
코스닥으로 몰리는 개인
코스닥시장에서는 테마주 열기가 지나치게 뜨겁다. 최근 1주일간 개인 순매수액 기준 상위 20개 종목 중 8개가 코로나19 테마주였다. 상위 종목 리스트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2811억원), 씨젠(306억원), 서울반도체(161억원), 젬백스(161억원), 서울바이오시스(88억원) 등이 올랐다.
서울반도체는 지난 2일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가 양산 중인 UV LED(발광다이오드)를 통해 기존 유해균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살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후 두 회사 주가가 급등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서울바이오시스는 LED칩 소자를 생산하는 제조기업이지만 ‘바이오(vio)’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코로나19와 연관된 바이오주로 착각하고 사들이는 개인도 많다”고 설명했다.
우량주가 아닌 테마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전 거래일보다 1043억원 증가한 7조2602억원으로 집계됐다. 9거래일 연속 늘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동학개미운동’을 통해 신규 유입된 2030세대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시작으로 주식에 발을 들이기는 했으나 ‘테마주’를 선호하던 기존 개인투자자들과 성향이 많이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