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전략공천’한 후보 중 상당수가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구에 경쟁력 있는 정치 신인을 배치해 ‘세대교체’를 꾀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우선추천’한 지역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중간 성적표를 받았다. 민주당 현역을 상대로 한 ‘자객공천’도 아직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부동층의 막판 표심 결집이 극적 반전 결과를 만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與 신인 전략공천 ‘선방’
한국경제신문이 8일 민주당 전략공천 지역구(28곳)의 4·15 총선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조사 결과가 공개된 21곳 중 10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상대 후보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 경합 지역이 9곳, 열세로 분류된 지역은 영남권 2곳(경북 경주·부산 북강서을)이었다.
차기 대권주자 간 ‘빅매치’로 관심이 쏠린 서울 종로에서는 이낙연 민주당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교안 통합당 후보를 15%포인트 이상 앞서며 민주당의 수도권 선거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후보(서울 광진을)도 ‘보수야권 잠룡’인 오세훈 통합당 후보보다 우위에 있다. 이 지역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오랜 기간 다져놓은 ‘텃밭’으로 고 후보가 당선된다면 민주당으로선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가능하다.
통합당 중진 의원을 대상으로 ‘도전장’을 던진 정치 신인들도 예상 밖 선전 중이다. 통합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나경원 의원 지역구(서울 동작을)에 나선 이수진 민주당 후보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나 의원 지지율을 뛰어넘었다.
野 “막판 뒤집기 가능”
통합당은 우선추천(전략공천)한 지역구에서 기존 현역 의원과의 ‘표 갈라먹기’ 현상이 일어나는 등 공천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우선추천 21곳 중 여론조사 결과가 있는 지역에서 통합당 우세 지역은 2곳(부산 북강서을·서울 강남갑)에 불과했다. 열세로 분류된 곳은 6곳, 경합이 4곳이었다.
현역인 윤상현 의원이 공천 배제(컷오프)된 인천 동·미추홀을은 우선추천된 안상수 의원이 남영희 민주당 후보와 무소속으로 출마한 윤 후보에게 모두 밀리고 있다. 선거 전까지 야권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남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통합당 공천에 탈락한 권성동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강원 강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지역에 공천된 홍윤식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권 후보와 김경수 민주당 후보의 접전에 밀려 3위다.
야권의 대표 ‘공격수’로 관심을 받은 전희경 의원(인천 동·미추홀구갑)과 이언주(부산 남구을) 의원의 ‘생환’도 불투명하다. 두 후보는 인물 경쟁력이 있다는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판단하에 여야 경합지에 공천됐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경쟁 후보에게 지지율이 뒤지는 등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 윤건영 민주당 후보에 맞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한 김용태 후보(서울 구로을)는 여론조사에서 뒤처져 있다.
다만 후보 간 경합지가 많고, 선거일까지 7일가량의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최종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통합당은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서울 강남 지역구 등에서 우위를 점치고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여당은 ‘물려받기’ 전략공천이 많고, 야당은 ‘자객공천’이 많았던 만큼 똑같이 비교할 수는 없다”며 “가장 적합한 인물을 고민해 배치한 만큼 최종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