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뷔 30주년' 신승훈 "발라드의 황제, 족쇄같은 수식어이기도"

입력 2020-04-08 14:04
수정 2020-04-08 14:06

가수 신승훈이 '발라드의 황제'라는 수식어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신승훈은 최근 데뷔 3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My Personas)' 발매 기념 온라인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신승훈은 한국 가요계에 굵직한 한 획을 그은 레전드 발라더다. '아이 빌리브(I Believe)', '미소속에 비친 그대',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다면', '그 후로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사랑',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뿐', '나비효과', '그런 날이 오겠죠', '널 위한 이별' 등 그의 대표곡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열 손가락은 금방 훌쩍 넘어간다.

1990년 데뷔곡이었던 '미소속에 비친 그대'부터 대중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신승훈. 그리고 그가 노래를 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따라붙는 수식어, 바로 '발라드의 황제'다. 사실 신승훈은 그간 디스코 풍의 '엄마야', 맘보 스타일의 '내 방식대로의 사랑', 하우스 풍의 '처음 그 느낌처럼'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음악팬들의 머리와 마음 속에는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듯 이별을 읊조리는 발라더 신승훈이 깊게 새겨져 있다.

'발라드의 황제'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신승훈은 "정말 많은 장르를 했는데 사람들이 기억하는 신승훈은 발라드를 부는 모습이더라"면서 "참 족쇄같은 수식어이기도 하다. 애증의 관계다. 심지어 발라드가 아니면 이상하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라며 웃었다. 이어 "하지만 한 가지의 색을 가지고 있고, '발라드의 황제' 하면 신승훈의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은 정말 보람이 있다. 30년 동안 내 색을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단, '국민 가수'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그였다. 신승훈은 "1992년에 어떤 기자가 '내 와이프가, 아들이, 어머니가 좋아하는 가수'라는 글을 썼는데 그 이후로 많은 분들이 국민가수라고 불러주더라. 그때는 어린 친구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내 이름은 몰라도 내 노래는 다 알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어린 친구들이 나를 모르기 때문에 국민가수라는 칭호는 맞지 않다. 더 노력해서 국민가수가 되어야겠다는 마음도 아니다. 그냥 노래 좀 가지고 놀 줄 알았던 뮤지션 신승훈으로 남고 싶다"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참 한결같이 음악을 해 온 사람이었다. 한국대중가요사에서 하나의 버팀목이 됐던 신승훈은 30년의 시간 동안 올곧게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불렀다. 황태자 이미지를 품은 채로 걸어온 음악 외길 인생에서 일탈을 꿈 꾼 순간은 없었을까. 그는 "매일 일탈을 꿈꾼다. 그러나 그럴 사람이 못 되는 것 같다. 모험심도 별로 없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가끔씩은 망가져보고 싶기도 하고 일탈을 꿈꾸기도 하지만, 철이 덜 들고 영혼을 맑게 하려고 노력해야 좋은 음악도 나올 수 있는 것 같다"면서 "내가 완벽주의자일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관리가 아니라 그냥 똑같은 성격이라 그런 것이다"고 덧붙였다.

신승훈은 30년의 시간 동안 가수로서, 제작자로서 가요계의 크고 작은 변화들을 직접 느껴온 사람 중 하나다. 그는 "유재하, 김현식 선배님들을 보면서 노래를 시작해 인생이 달라졌다. 데뷔 때는 음악 중심의 세대였다. 웬만한 프라임 타임의 프로그램은 다 음악을 소재로 했다. 또 가수의 앨범이 나오면 레코드점에서 줄 서 있고, 포스터 떨어지면 울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서 레코드를 사야할 지 고민하는 시기다. LP나 앨범이 아닌 음원 시대다"고 말했다.

신승훈은 현재의 한국 대중음악 시장을 짚으며 "이제는 '노래를 듣자'가 아니라 '노래나 듣자'가 된 것 같다. 바쁜 생활 속에서 음악이 BGM 같이 자리잡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하지만 대신 정말 전문적으로 발달했다. 빠른 업템포 음악을 함부로 하면 안 될 정도로 아이돌 시장에서의 음악은 전문성이 강해졌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발라드에서 더 발전시켜야하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가요를 들으면 가요 티가 나고, 팝을 들으면 팝 티가 났다. 하지만 지금은 구분을 못 한다. 그 정도로 우리나라 음악인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 K팝도 세계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룹 방탄소년단, 싸이처럼 빌보드 차트에도 진입하고 한류를 이끌어가니 자랑스럽다. 다만 하나의 장르에만 집중되는 게 아니라 다양하게 성장했으면 한다. 좋은 음악들이 많은데 수면으로 올라오기까지 여러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근 주목하는 후배가 누구인지 묻자 신승훈은 "대부분 성시경, 정승환 등을 생각하실텐데 나는 음악을 정말 다양하게 듣는다. 힙합도 즐기는데 내가 못하기 때문에 안 하는 것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코를 언급하며 "처음에는 지코의 음악세계가 감각있다는 정도였는데 점점 깊어지더라. 힙합인데 리스닝도 되고, 보기 좋은 비주얼적 요소까지 다 가지고 있었다. 사운드 메이킹도 깜짝 놀랐다. 대견하게 잘 하고 있는 친구인 것 같다"고 했다.

신승훈은 8일 3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를 공개한다. '마이 페르소나스'에는 더블 타이틀곡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와 '그러자 우리'를 비롯해 '늦어도 11월에는', '내가 나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위킹 인 더 레인(Walking in the Rain)', '사랑, 어른이 되는 것', '럴러바이(Lullaby, Orchestra Ver.)까지 총 8곡이 수록됐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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