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외면받는데 '공유주방'은 인기, 왜?

입력 2020-04-08 17:21
수정 2020-04-09 01:19
식품 제조시설을 나눠 쓰는 공유주방 기업 먼슬리키친에 지난달 입점 문의가 전달 대비 두 배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공유주방 기업들의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공유주방은 식품 제조가 가능한 주방 형태의 공간을 나눠 쓰는 공유경제 모델이다. 대표적 공유주방 업체 중 하나인 위쿡은 130㎡의 식품 제조시설을 주방 10개로 나눠 월 이용료만 받는 식으로 입주사에 공간을 제공한다. 입주 기업들은 공유주방에서 제조한 음식을 배달하거나 간단한 조리 과정만 거치면 되는 ‘밀키트’를 생산해 판매한다.

국내에서는 먼슬리키친과 위쿡을 비롯해 셰플리, 영영키친, 고스트키친, 클라우드키친 등 20여 개 업체가 40여 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공유주방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식산업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유주방 시장 규모는 1조원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공유주방의 성장이 향후 공유경제 전반의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유주방이 주목받는 것은 공유의 특성보다 비대면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생산자는 주방을 공유하지만 소비자는 다른 소비자나 식당 종업원과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는다”며 “공유주방의 성공은 공유경제의 확산이라기보다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는 상황을 잘 파고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꼭 공유주방이 아니더라도 일반음식점에서 밀키트를 제조해 배달하는 방식의 영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서울 성수동에서 윤경, 고니스버거 등 4개의 식당을 운영하는 33TABLE은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감소하자 지난달 밀키트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유주방이 허가 과정에서 식품위생법상 철저한 관리를 받는다는 점이 급성장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원철 한양대 특임교수는 “공유주방 회사들은 초기부터 식중독 등 식품 위생 문제를 없애기 위해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왔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