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고사위기'…대한항공마저 직원 10명 중 7명 휴업 들어간다

입력 2020-04-07 19:29
수정 2020-04-07 19:30
국적항공사 1위 대한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휴업에 들어간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혀 경영악화를 피하지 못한 결과다.

대한항공은 오는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6개월간 국내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대한항공은 부서별로 필수 인력을 제외한 여유 인력이 모두 휴업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직원 휴업 규모는 전체 인원의 70%를 넘는 수준이다.

대한항공노동조합도 회사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고통 분담의 일환으로 휴업에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현재 경영위기 상황 극복과 유휴 인력에 대한 해고 회피 방안의 일환으로 4월부터 10월까지 휴업 시가와 기간 및 인원 등에 대해 직종별, 부서별로 (휴업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휴업으로 인한 인사상의 불이익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휴업 기간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지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유급휴직을 실시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항공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비율을 휴업·휴직 수당의 최대 90%로 인상했다.

대한항공은 경영환경 악화에 대처하기 위해 전사적 대응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경영상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부사장급 이상은 월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존에 발표한 서울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과 더불어 이사회와 협의해 추가적인 자본 확충 등 회사의 체질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달 국제선 여객수는 전년 동월 대비 87% 추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점차 막히면서 세워둬야 하는 비행기가 전체(145대)의 3분의 2 수준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공항사용료, 착륙료 등 높은 고정비와 이자비용 등에 비춰 1분기 이후에도 적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에서 시작된 직원 휴직 바람이 업계 1위 대한항공까지 전염되면서 항공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정비 비중은 양대 국적사가 40%대, LCC는 30%대로 가정된다"며 "지난해 4분기 항공업종의 현금 및 단기금융자산은 2400억원 감소했는데, 여객기 운항이 막혀버린 현재 상황에서는 매달 이 정도 수준의 현금이 빠져나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이스타항공을 시작으로 고정비를 줄이는 구조조정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이미 위기는 자본 확충이 요구되는 단계로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대형항공사(FSC)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절반 이상의 직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가 이달부터 절반 미만의 인력으로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전체 직원의 5분의 1에 대해 항공업계 첫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희망퇴직을 실시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면 정리해고한다는 방안이다.

기내식과 청소 등을 담당하는 항공사 하청업계에는 한 발 앞서 구조조정이 진행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기내식 협력업체 직원 중 인천에서 근무하는 1800명 중 1000명이 권고사직을 당했다. 남은 800명 중 300여 명도 휴직 중인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협력업체인 아시아나AH는 직원의 절반에게 희망퇴직을 통보한 상태다.

항공사들의 올해 실적은 사상 최악의 수준이 예견되고 있다. '보이콧 재팬'이 덮친 지난해보다도 경착륙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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