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항공사 대한항공 전 직원이 순환휴직에 들어간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 노사는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전 직원의 약 20%를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항공업계가 본격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 1만9000여 명 순환휴직
대한항공은 국내 전 직원 1만9000여 명이 이달 16일부터 순환휴직에 들어간다고 7일 발표했다. 전직원들은 10월 15일까지 3~4개월씩 직종·부서별로 돌아가며 휴직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필수인력 30%는 돌아가면서 출근하게 될 것”이라며 “회사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고통을 분담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무급휴직 대신 유급휴직을 선택한 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달 항공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유급휴직을 시행하는 항공사에 최대 6개월간 휴업수당의 90%를 지원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정부 지원금을 받아 휴직 기간 직원들에게 평균 임금의 70% 또는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지급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CGI(강성부펀드)·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연합’이 경영권 분쟁을 지속하고 있는 점도 유급휴직을 택한 배경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무급휴직을 택하면 조 회장을 지지했던 사내의 기류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전 직원 순환휴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의 약 90%가 멈춰서 매출은 10분의 1로 급감한 상황에서 인건비, 항공기 대여료 등 매달 9000억원의 고정비용이 나간다. 이에 따라 재무구조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당장 이달 2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스타항공, 항공사 중 첫 해고 시작
이스타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 6일 노사협의회를 열어 전체 직원 1680명의 약 20%인 300여 명을 정리해고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지난해 ‘No 재팬’(일본 안 가기) 운동으로 일본 노선이 멈춰 타격을 받은 데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비행기를 띄울 곳이 사라진 탓이다.
이스타항공은 이달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신청자가 300여 명에 미치지 못하면 해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항공업계는 이스타항공의 인력 구조조정이 다른 항공사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국내 8개 항공사 모두 인건비 절감을 위해 유·무급휴직을 시행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전 직원이 10일간 무급휴직한 데 이어 이달에도 15일간 무급휴직을 하고 있다. LCC 1위인 제주항공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과 단축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항공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LCC에 3000억원 규모의 긴급 융자를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코로나19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서 비롯된 경영난인 만큼 정부의 추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만은 자국 항공사에 2조2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했고, 독일은 자국 항공사에 무한대 금융 지원을 발표했다. 프랑스와 싱가포르는 항공업에 각각 450억유로(약 60조원)와 133억달러(약 16조4000억원) 규모의 긴급 금융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