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은 미국과 일본이 대규모 공적자금을 쏟아붓는다.
일본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총 1200조원을 쏟아붓기로 결정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7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도쿄 등 7개 지역에 한 달 기한으로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108조엔(약 1216조원) 규모의 긴급 경제대책을 확정했다. 이달 중 새로운 예산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아베 총리의 긴급 경제대책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 총 56조8000억엔의 부양책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아베 총리는 “가능한 모든 대책을 동원해 전후 최대의 경제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대책은 전염병 사태에 따라 급감한 가계·기업 수입을 정부가 보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각종 세금과 공과금, 사회보험료를 1년 동안 유예해주는 데만 26조엔을 쓴다. 소득이 감소한 1300만 가구에는 현금 30만엔을 지급한다. 1인당 1만~1만5000엔인 아동수당 역시 1만엔씩 올려주기로 했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기업·자영업자 등을 살리는 데도 2조1000억엔 이상 투입한다. 중소기업에는 최대 200만엔, 프리랜서 등 개인사업자에게는 100만엔씩 현금을 줄 계획이다. 정책금융기관인 일본정책투자은행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4000억엔 규모의 투자 및 대출 지원에 나선다. 일본항공(JAL) 전일본공수(ANA) 등 대형 항공사들이 요청한 2조엔 규모의 지원도 정부 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하기로 했다.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고 휴직시키는 기업에 대해선 휴업수당의 최대 90%를 지원한다.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자국으로 옮기는 기업을 대상으로 이전비용의 최대 3분의 2를 지원하는 대책도 포함됐다.
중소기업에 향후 5년 동안 최대 3000만엔씩 무이자·무담보로 빌려주는 등 민간 금융회사를 동원한 직간접 금융 지원 역시 40조엔을 넘을 전망이다. 기업과 개인사업자가 세금 및 사회보험료 유예 혜택의 대부분을 누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책으로 기업 부문에만 총 90조엔(약 1000조원)을 쏟아붓는 셈이다.
미국도 2조2000억달러 규모의 기존 경기 부양책에 더해 추가적인 조치를 준비 중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6일(현지시간) 민주당 콘퍼런스콜에서 최소 1조달러(약 1222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 패키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부양대책에 개인 대상 추가 현금 지급, 실업급여 연장, 중소기업 임금보조, 저소득층 식비 지원 확대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추가 자금 지원을 지난 3일 의회에 요청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전 국민에게 추가 현금 지원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가 추가 부양책에 한목소리를 내는 건 코로나19가 실물 경제에 끼치는 타격이 심각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올해 미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30%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미국 실업률이 현재 최소 13%를 넘고 이번주 실업지표(실업급여 청구 건수) 역시 역대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정영효/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