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 버틴 삼성…"코로나 진짜 충격은 지금부터"

입력 2020-04-07 17:19
수정 2020-04-08 01:38

“선방한 게 아닙니다. 버틴 거죠.”

삼성전자 1분기(1~3월) 잠정 실적(매출 55조원, 영업이익 6조4000억원)에 대한 삼성 고위 관계자의 평가다. 반도체 덕분에 실적 평가의 바로미터(기준)가 되는 분기 6조원대 영업이익을 지켰다는 것이다.

산업계 전체로는 삼성전자로 인한 착시효과를 우려했다. 삼성전자의 선방이 자칫 “다른 기업들도 괜찮겠지”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1분기 다른 대기업의 실적은 쇼크 수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불안한 선방’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6조4000억원)의 57.8%인 3조7000억원 정도를 반도체 사업에서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제품인 D램 가격이 작년 말부터 반등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통신칩, 이미지센서 등을 개발·판매하는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반도체수탁생산)사업부도 선전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 스마트폰과 TV 사업은 부진했다는 평가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부문의 영업이익은 2조1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어닝 쇼크’로 평가된 작년 1분기(2조2700억원)보다도 1000억원 이상 줄었다. 기대를 모았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0가 기대만큼 팔리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국내 판매량은 전작인 갤럭시S10의 80%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TV를 포함한 CE(소비자가전)부문 영업이익도 작년 4분기(8100억원)보다 20% 이상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유럽 등으로 확산하면서 공급·판매망이 동시에 마비된 영향이 컸다.

코로나19의 부정적인 영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2분기에는 실적 추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7조7364억원으로 1분기 잠정치보다 많지만 ‘하향 조정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 생산시설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과 물류 마비에 오프라인 매장들마저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스마트폰, TV 사업의 ‘매출 절벽’이 예상된다.

반도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평가된다. 서버 D램 수요 때문에 아직까지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세계 경기가 계속 곤두박질치면 구글, 아마존 등도 클라우드 투자를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메모리반도체 평균 판매가격 증가폭은 기존 전망을 밑돌거나 아예 마이너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종은 1분기 실적쇼크 전망

산업계에선 “삼성전자여서 그나마 버텼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TV, 스마트폰, 가전 등 ‘황금 포트폴리오’를 갖춘 덕분에 시장 기대를 충족하는 성적표라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당장 한국 제조업의 또 다른 축인 자동차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아자동차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33.8% 급감한 3930억원이다.

정유·화학업종은 1분기 ‘적자’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함께 떨어졌고 정유사들이 재고로 비축해둔 원유 가격도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모두 적자기업 대열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철강 역시 다르지 않다. 작년 4분기 ‘30년 만에 적자’를 낸 현대제철은 1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 4분기 아홉 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이 깨진 포스코는 올 1분기엔 영업이익이 7000억원을 밑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업종은 적자를 넘어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하는 2분기엔 기업들의 실적이 처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동차업계에선 4월부터 글로벌 수요절벽이 본격화하면 실적이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CJ CGV, 하나투어 등은 ‘적자전환’하고, 현대제철, SK이노베이션, 대우조선해양 등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증권사에서 나온다. 경제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중 대기업들도 생존의 기로에 내몰릴 것”이라며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정수/이승우/김보형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