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불안한데…유니클로 대표, 구조조정 전체 메일 '시끌'

입력 2020-04-07 11:14
수정 2020-04-07 11:18

일본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유니클로의 국내 운영사 에프알엘코리아가 이번에는 구조조정 논란으로 시끄럽다.

지난해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배우진 에프알엘코리아 대표이사가 구조조정 관련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전 직원에게 발송해 파문이 일고 있다.

7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배 대표는 지난 2일 인력 구조조정이 언급된 이메일을 실수로 당초 수신자인 인사 부문장 뿐 아니라 전 직원에게 회신했다. 이메일에서 배 대표는 올해 2월 기준 정규직 본사 인원이 왜 42명으로 늘었는지와 관련해 "회장님의 질문이 있었다"며 "(회장님께) 보고 내용대로 인원 구조조정이 문제 없도록 계획대로 꼭 추진을 부탁한다"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배 대표가 언급한 '회장님'이 누굴 지칭하는지는 이메일에 명시돼 있지 않았다. 다만 에프알엘코리아의 총 9명 사내·비상무 이사 중 직함이 회장인 이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그룹 회장 뿐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2인 중 1명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지분 51%)과 한국 롯데쇼핑(49%)이 주주로 있다.

동요가 일자 에프알엘코리아 측은 "해당 이메일은 구조개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실수로 잘못 발신된 것"이라며 "인적구조조정과는 무관하며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도 아니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이어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각 부서별 부서장 및 팀장을 통해 본 건에 대해 설명했지만 일부 직원에게 전달되지 못해 혼란이 생겼다"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직원들에게 설명해 안정적으로 업무를 진행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조조정 메일을 받은 에프알엘코리아 내부 직원들 불안까진 잠재우진 못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매장 중심 유통업계 구조조정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탓이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일제 불매운동 여파로 18억원의 손실을 내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연간 매출도 31% 급감한 9749억원에 그쳐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조원에 미달했다. 올해 들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소비자들이 급감하면서 다수의 매장을 거느리고 있는 유니클로도 타격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매장의 폐점 소식도 잇따랐다.


이는 비단 유니클로뿐 만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온라인 중심의 유통업 판도 변화로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실물 점포에서의 성공체험을 모두 버리겠다"며 "국내 대형 마트(슈퍼)와 양판점(전문점), 백화점 중 채산성이 없는 약 20%, 총 200개의 점포를 연내를 목표로 폐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 계획은 2월 실적 발표 당시 발표된 사안이나 신 회장이 연내로 목표 시점을 밝히면서 속도가 더해질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당시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총 700여 개 점포 중 약 30%에 달하는 200여 개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 1조16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