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을 소득에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지급할 것이라고 6일 밝혔다. 정부가 당·청과의 협의 끝에 소득 하위 70%에게만 주기로 발표한 지 불과 7일 만이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도 전날 “국민 1인당 50만원씩 현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하는 등 여야 간에 코로나지원금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경쟁이 불붙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긴급재난대책에서는 지역·소득·계층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 국민 코로나지원금 지급 방침을 밝혔다.
그는 “총선이 끝나는 대로 당에서 그런 대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강훈석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현안 브리핑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지원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여야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3차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1400만 가구에 5월께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코로나지원금 지급 방안을 발표했다. 이달 3일엔 지난달 낸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 가구당 합산액을 기준으로 지원금을 주기로 했지만 아직 자산 기준 등 세부 방안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폭주하는 총선 포퓰리즘…與野 할 것 없이 "재난지원금 다 주자"
“국가 재정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따져봐야 하지만 그래도 국가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대응하겠습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전 국민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 지급 방침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애초에 국가 재정 문제로 소득하위 70%에 한해 지급하기로 했던 당정의 결정을 번복하는 데 대한 일종의 해명이었다. 코로나지원금 선별 지급 기준이 모호한 데 따른 민심 이반이 일어나자 4·15총선을 앞둔 여당이 황급히 ‘100% 지급’ 카드를 꺼내들고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여야 모두 총선 표심을 노리고 ‘코로나지원금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나서면서 국가 재정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졸속 지급 기준이 낳은 혼란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코로나지원금 전 국민 지급 방침을 밝힌 배경에 대해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원칙을 둘러싼 여러 우려가 있다”며 “선별 지급에 따른 행정력 소모와 지급 기준의 모호함 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소득하위 70%에 지급 방침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소득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정부 발표를 접하고도 지급 대상이 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이 일었다. 이달 4일 정부가 3월 납입 건강보험료를 소득 기준으로 한다고 발표했지만 논란은 더 확산됐다. 자영업자는 2018년, 직장인은 2019년 소득이 건보료 산정에 반영되기 때문에 올해 소득 감소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정부가 자산 기준을 아예 백지상태로 남기면서 혼란은 더욱 커졌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도 총선 표심 이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정필모 비례대표 후보는 6일 “지급 대상을 소득하위 70% 이하로 한정하면 나머지 가구는 불만을 품게 된다”고 지적했다.
야당도 너도나도 ‘지원금 퍼주자’
야권에서도 코로나지원금 전 국민 지급 방침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민생당은 지난 3일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의 코로나지원금 지급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정부가 발표한 지급 규모보다 두 배 많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5일 서울 종로 유세 중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즉각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또 추가경정예산을 짤 경우 신속히 지원될 수 없는 만큼 ‘대통령 긴급재정경제 명령권’을 발동해 1주일 이내로 금융회사 등을 통해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끼어들었다. 안 대표는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지원금 지급을 4월로 당기라”며 “어떤 부문, 어떤 국민들께, 어떤 방법의 지원이 적절한지 빨리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압박받는 ‘국고지기’ 기재부
여야 모두 코로나지원금 확대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기획재정부는 적잖은 압박을 받게 됐다. 기재부는 이날 특별한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크게 동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가 추경 편성 과정에서 예산 증액에 대한 동의권이 있긴 하지만, 여야의 압박에 맞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재부는 민주당 요구대로 전 국민에게 코로나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재원이 당초 10조원에서 13조원으로 3조원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재부는 코로나지원금 지급 방안을 마련하면서 전 국민 50%에 대한 지급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발표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당정청 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당청과의 의견차가 크자 “기록으로라도 (반대) 의견을 남기겠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코로나지원금 지급 규모가 10조원이 넘으면 재정 악화로 국가신용등급에 악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예상한 올해 국고채 발행물량은 당초 130조원에서 1차 추경 후 140조원이 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축통화국인 미국 등과 달리 한국은 적자국채를 급속히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