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배기 꼬마가 달려왔다
엉거주춤 엎드려 받아 안은 내 품으로
함박꽃 한 다발이 뛰어들었다
함박웃음은 혼자 달려온 게 아니었다
손에 들린 바람개비가 딸려왔다
종종걸음 꽁지에 천사어린이집이 딸려왔다
빈 도시락이 딸랑거리며 딸려왔다
함박꽃 피워낸 햇볕도 바람도 딸려왔다
세상 별의별 꽃향기들이,
온갖 꿈 푸른 날개들이 딸려왔다
태어나 첫울음 터뜨린 뒤
고개 들고, 뒤집고, 기고, 앉고, 걷고…
일순 쉼도 없이 켜켜이 쌓아올린 생명책이
17㎏의 살과 뼈를 품고 딸려왔다
주름살로 접힐 뿐인 내 저녁의 시간 앞에
‘작은 나무’ 한 그루가 달려왔다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다시 품고
한아름 함박꽃 웃음으로 핫핫
내달려오는 것이었다
*포리스트 카터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에서 인용함. 주인공 인디언 꼬마의 이름이 ‘작은 나무’임 시집 《꽃의 정치》(지혜) 中
어떤 세상은 맑고 깨끗한 상상력이 사라져 어느 한 부분이 왜곡되거나 오염된 채 주름지는 우리에게로 와서 불편한 마음일 때가 있는데, 여기 네 살배기 꼬마가 올 때는 어떤가요? 아이가 달려왔을 때 함께 딸려 온 것은 부정한 세상에서는 찾기 어려운 아름다운 것들이지요. 햇볕도 바람도 꽃향기도 딸려 오고, 무엇보다 생명책과 작은 나무 한 그루가 내게 온 것이니, 받아 안는 일이 경이롭습니다.
김민율 시인(2015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