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자꾸 흰머리가 늘어난다면

입력 2020-04-05 18:37
수정 2020-04-06 00:10
방송 녹화를 같이 한 L아나운서는 나이가 일흔 중반이다. 그런데도 대기실에서 대본을 보면서 눈 한번 찌푸리지 않고 술술 잘 읽는다. 그래서 대단하다고 했더니, 머리카락도 여태 염색 한번 안 한 자신의 머리 색 그대로라고 자랑한다. 충분히 자랑할 만한 일인 것이, 그는 치아도 튼튼하고 건강 상태가 매우 양호했다.

이렇게 나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검은 머리 색을 그대로 잘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아직 젊은 나이에도 흰머리가 많아져 고민인 사람도 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13년 8월 18일의 기록을 보면 세종대왕이 자신의 머리카락이 하얘진 것을 언급하며 한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세종의 나이는 33세였는데, 스스로 몸이 쇠약해지고 병이 많아져서 그런 것이라며 슬퍼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여자가 42세가 되기 전에 머리가 하얘지거나, 남자가 48세가 되기 전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정상 상태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이보다 젊은 나이에 흰머리가 나타나면 전문의와 상담해보는 것이 좋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머리가 하얘지는 경우 임상적으로는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각각 그에 맞는 치료를 한다.

첫 번째 원인은 과도한 스트레스다. 여러 문학작품을 보면 밤새 고민을 너무 많이 한 끝에 머리가 하얘졌다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이는 스트레스와 조기 백발의 관계를 실생활에서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당연히 이런 때는 스트레스를 풀면서 심기를 보강해주는 치료를 하는데, 평소에는 대추차 등을 마시면 도움이 된다.

두 번째 원인은 신(腎) 기능의 약화다. 여기서 신 기능은 비뇨생식 계통의 기능성을 의미한다. 한의학적인 신 기능이 약해지면 머리카락이 하얘지거나 약해지고 귀가 잘 안 들리거나 소리가 나기도 한다. 뼈와 관절이 안 좋아지는데, 특히 하초가 약해지기 때문에 하체가 부실해진다. 비뇨생식 계통이 약해지기 때문에 소변이 시원찮아지거나 성 기능이 나빠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동반되면서 머리가 하얘지면 신 기능이 약해져서 그런 것으로 파악하게 된다. 세종대왕은 자손이 많기로 유명한 임금이다. 따라서 비뇨생식 계통을 너무 많이 소모해 허약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런 증상이 있을 때 신 기능을 강화해주는 처방을 사용하면 언급된 대부분의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집에서는 머리를 검게 해준다는 하수오차 등을 음용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