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항공주 손절매…"안 판다" 3주 만에 변심

입력 2020-04-05 17:10
수정 2020-04-06 01:01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사진)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가 항공주 지분을 대거 손절매했다. 항공주에 장기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지 3주 만이다. 델타, 유나이티드 등 미국 4대 항공사 주식을 모두 보유해온 벅셔는 올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주가 평균 52% 폭락하자 약 50억달러의 손실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벅셔해서웨이가 지난 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달 1~2일 델타항공 주식 약 1300만 주를 주당 평균 24.19달러, 총 3억1420만달러(약 3860억원)에 매각했다. 남은 주식은 5890만 주다. 또 같은 기간 사우스웨스트항공 주식 230만 주를 주당 32.22달러, 총 7430만달러에 팔았다. 잔여 지분은 5130만 주다.

이번 거래로 델타항공 지분 11.1%, 사우스웨스트항공 지분 10.4%를 보유하던 벅셔는 지분율을 각각 10% 미만으로 낮췄다.

버핏은 1989년 항공사 US에어웨이스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하지만 미국 항공산업이 4개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자 2016년부터 다시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버핏은 지난달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항공주를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2월 27일에도 벅셔는 델타항공 주식 97만6000주를 4530만달러(주당 46.40달러)에 추가 매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산업이 치명적 타격을 입자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미국의 항공 승객은 하루 평균 15만 명으로, 작년(220만 명)의 약 6%에 그쳤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매출이 90%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항공사들은 이날 일제히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미 행정부는 그 대가로 주식을 요구하고 있다.

지분 희석뿐 아니라 정부의 경영권 간섭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구제금융을 받으면 이를 다 갚은 후 1년 뒤까지 자사주 매입과 배당이 금지된다. 지금 상황에선 구제금융 상환에도 최소 몇 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상당 기간 배당을 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