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행산업의 피해가 2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는 지난 3일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업계의 올 매출이 2조1000억 달러(약 2596조원) 줄어들고, 약 7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달 WTTC가 내놓은 예상 피해 규모 5000만 개보다 50% 넘게 늘어난 수치다.
WTTC는 도시, 국가 간 이동과 여행을 제한하는 분위기가 최소 8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 접어들면서 여행업계에 대량 실업의 공포가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은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문을 걸어 잡그면서 지금까지 640만 개의 여행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WTTC는 보고 있다. 미국여행협회는 코로나19로 인해 5월까지 약 46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실업수당을 신청한 근로자는 일주일 사이 두 배 늘어 660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50년 만에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로저 다우 미국여행협회 회장은 "대형 카지노와 복합리조트(IR)가 몰려있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한 주요 관광도시의 바닥까지 떨어진 실적이 일자리 감소로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여행업계의 피해는 지난 2001년 발생한 9·11테러보다 6~7배 크다"고 말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국제 노선의 잇단 운항 중단에 따른 항공사의 매출 손실이 2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IATA는 3주 전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사 피해 규모를 1130억 달러로 예상했다. 채 한 달도 안되는 기간에 당초 예상보다 두 배 넘게 불어났다. 유피에스(UPS)와 페덱스(FedeX) 등 화물운송도 올해 880억 달러의 매출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메리어트 등 대형 호텔은 기업회의, 국제회의 등 컨벤션 수요가 사라지면서 수입이 75%까지 급감했다.
한편 최근 도시 봉쇄 조치를 풀고 있는 중국은 국내여행 시장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호텔 예약율은 3월 첫 주 40% 증가했다. 하루 항공기 운항 횟수도 한 달 전인 2월에 비해 230% 늘었다. 코로나19 최초 발병지인 중국은 지난 1월 단 2주 만에 호텔 객실 점유율이 90% 가까이 급락했다. 중국 아웃바운드여행 연구소 게오르그 알트 박사는 "중국 내에서 더이상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국내여행을 중심으로 점차 회복세를 보여 앞으로 6개월 안에 70% 수준까지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