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도시농업으로 희망을 키우자

입력 2020-04-05 18:37
수정 2020-04-06 00:09
철새는 때가 되면 북쪽으로 날아간다. 겨울을 보내다가 따뜻한 봄을 느끼고 번식을 위해 떠나는 것이다. 몸 안에서 북쪽으로 가라고 얘기라도 하는 듯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핏속에 흐르는 무엇인가가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봄옷을 사고, 꽃구경을 가며, 제철 음식으로 입호강을 누리려고 한다.

하지만 농민은 이때쯤 올해의 농사를 준비하려는 의욕이 앞선다. 언제쯤 논밭 흙갈이를 해야 할지, 어떤 종자나 모종이 좋은지, 부족한 농자재는 무엇이고 얼마나 사야 할지 계획한다. 텃밭에 관련된 용어 검색이 증가하는 이유다. 2016년 4, 5월 텃밭 관련 검색어를 분류한 결과 ‘베란다 텃밭’ ‘옥상 텃밭’ 등 텃밭을 가꾸는 장소에 관한 단어와 ‘텃밭 화분’ ‘상자 텃밭’ 등 텃밭을 가꾸는 소재와 관련한 단어가 많았다.

도시의 다양한 공간을 이용하는 도시농업은 2004년 전국귀농운동본부 도시농업위원회의 도시농부학교와 상자텃밭 보급행사로 시작해 인천의 도시농업사업, 서울의 상자텃밭사업으로 활성화됐다. 2011년엔 정부에서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공포했다. 도시농업 단체들도 2015년 4월 11일을 ‘도시농업의 날’로 선포했고, 정부에서는 2017년부터 도시농업의 날을 법정 기념일로 삼았다. 정부가 법정 기념일까지 제정한 이유는 농업이 지닌 다양한 공익적 가치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시농업은 △생물다양성이나 생태보전 기능 △농업을 매개로 한 도시주민의 공동체 기능 △학교텃밭 등의 체험을 통한 교육 및 치유 기능 △도농 교류나 귀농 등에 의한 농업진흥 기능이 있다.

농경민족의 후손인 우리에게 4월은 생명의 달이고 희망의 달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움츠린 어깨를 펴고 씨앗을 심어보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 텃밭을 구하기 어렵다면 스티로폼 상자를 가져다 흙을 담고 씨앗을 뿌려도 좋다. 식물 키우기에는 치유의 기능이 있다.

오성진 <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