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연장되는 각국 봉쇄조치…美 확진자 30만 넘어

입력 2020-04-05 06:20
수정 2020-07-04 00:02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19일 1만명을 넘어선 이래 16일만에 30배 늘어났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각각 12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전 세계 각국은 외출금지령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각종 봉쇄조치 시한을 잇달아 연장하고 있다. 최소한 다음달은 돼야 봉쇄조치가 일부나마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전문 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5일(한국시간) 오전 6시 기준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19만3764명에 달한다. 사망자는 6만4384명이다. 미국 누적 확진자는 30만6768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날 하루새 2만9000여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환자 수는 전 세계 감염자의 4분의 1에 달한다. 누적 사망자도 8347명으로, 처음으로 8000명선을 넘었다.

미국 내 코로나19의 최대 확산지가 된 뉴욕주에서는 하루 새 확진자가 1만841명 늘어났다. 뉴욕주의 누적 확진자는 11만3704명에 이른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의 정점은 이르면 7일 안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과적으로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서다.

스페인(12만4870명)과 이탈리아(12만4632명)가 미국의 뒤를 이었다. 스페인은 지난달 말 유럽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후 처음으로 이탈리아 확진자 수를 넘어섰다. 이어 △독일(9만5614명) △프랑스(8만9953명) △중국(8만1639명) △이란(5만5743명) △영국(4만1903명) 등의 순이다.


스페인의 사망자는 전날보다 620명 늘어난 1만1818명으로 집계됐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국가비상사태를 오는 26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스페인 정부는 지난달 14일부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이동금지령과 상점 폐쇄령을 발동했다. 당초 정해진 기한은 지난달 말까지였지만 오는 12일로 한 차례 연장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자 한 차례 더 연장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사망자는 전날보다 681명 증가한 1만5362명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누적 확진자 대비 누적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12.32%로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다.

다만 하루 신규 사망자 수는 전날 집계된 수치(766명)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하루 신규 사망자가 600명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25일(683명) 이래 열흘 만이다. 현지 안사통신에 따르면 병원 치료를 받는 중증환자도 이날 기준 3994명으로, 전날보다 74명 감소했다. 지난 2월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지역 감염자가 확인된 이래 하루 기준 중증환자가 줄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코로나19가 정점을 찍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남부 지방으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조치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당초 지난 3일까지로 예정된 이동금지령과 휴교령 및 상점폐쇄령을 오는 13일까지 열흘 연장했다. 이탈리아 검역·방역 대책을 총괄하는 시민보호청의 안젤로 보렐리 청장은 “이 같은 조치가 다음달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치안당국은 이동금지령 위반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독일 정부도 이달 19일로 예정된 봉쇄조치를 연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느려졌지만 아직까지는 이런 추세가 뚜렷하지 않다”며 “제한조치를 완화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독일은 공공시설 및 종교시설의 운영을 금지하고 있고, 음식점과 상점 운영도 제한하고 있다. 가족을 제외하고 야외에선 2인을 초과하는 만남도 불가능하다.

지난달 23일부터 3주간 외출금지령 등 각종 봉쇄조치를 시행 중인 영국 정부도 봉쇄시한을 다음달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진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영국에선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영국의 이날 기준 사망자는 전날보다 708명 증가한 4313명이다. 영국의 하루 코로나19 사망자 규모는 1일 569명에서 2일 684명, 3일 708명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날 사망자 중에선 다섯살 어린이도 포함됐다. 지금까지 영국 코로나19 사망자 중 가장 어리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지금보다 더 강력한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에 코로나19사태 대처 방안에 대해 조언해 온 임피리얼칼리지의 수리생물학자인 닐 퍼거슨 교수는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다음달 말까지는 이동제한조치를 비롯한 현 봉쇄조치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정부도 당초 이달 15일까지 예정된 외출금지령을 연장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봉쇄조치가 언제부터 완화되거나 해제될 지 여부에 대해선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예정된 이달 15일보다는 더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프 총리는 “봉쇄조치가 한 번에 해제되기는 어렵다”며 “각종 봉쇄조치는 단계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정부는 봉쇄조치가 시작된 지난달 17일부터 정부 조치를 위반한 35만9000여건에 대해 벌금을 매겼다고 밝혔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