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2) 마침내 '진짜 디지털 인프라'가 깔린다

입력 2020-04-04 08:00
수정 2020-04-07 09:40
전세계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모든 걸 바꿔놓고 있습니다. 의료 시스템은 물론 정치 경제 예술 등을 가리지 않습니다. 우리 생활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가 지나간 뒤 세계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코로나 이후’를 조망하는 명사 칼럼을 최근 게재했습니다.

WSJ와 독점 제휴를 맺고 있는 한국경제신문이 화제를 모았던 이 칼럼 17개를 소개합니다.

▶ 월스트리트저널 '포스트 코로나' 칼럼 전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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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들도 마찬가지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최전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말이다.

기술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보 축적을 돕고 백신 개발을 위한 기술 자원을 지원한다. 바이러스 확산을 추적하며 주요 의료 물자의 보급 방식을 개선한다. 온라인 교육 수단을 제공하는 건 물론이다. 이런 노력이야말로 오늘날 기술 부문이 축적해온 기업가정신, 결과지향 정신을 반영하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코로나19 사태가 끝났을 때 국가가 어디에 있기를 원하는 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금 떠오르고 있는 새 기술이 전염병 위기를 딛고 우리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빅데이터와 신제조업을 우선 생각해보자. 정부는 생명 유지에 필수인 의료 장비 등의 복잡한 공급·유통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가들이 이런 네트워크를 모델링하는 작업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정부의 여러 정책 결정을 널리 알리기 위해선 실시간 추적 및 데이터 시각화 플랫폼 개발이 필요하다. 군대에서 개발해온 예측 모델 및 제조 기술들은 민간 헬스케어 부문에서 잘 활용할 수 있다.

일부 병원은 이미 3차원(3D) 프린터를 활용해 인공호흡기 밸브를 제작하고 있다. 이런 기술이 생명을 살리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 같은 회사들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고 분배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들은 컴퓨터나 전문지식이 부족한 관료들에게 양질의 서비스와 조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요즘 크게 확산하고 있는 원격 학습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온라인에선 학생들이 어떤 지역(학군)에 속해 있든, 최고의 교사들로부터 얼마든지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유용한 온라인 학습 도구도 적지 않다. 이런 자원이 좀 더 공평하게 배분돼야 한다. 네트워크 연결 비용이 지금보다 싸지고 더 많은 학습자가 원격 교육에 참여하면 코로나19와 고군분투하고 있는 학교, 대학, 직업기술학교 등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 과학·공학 연구소들은 젊은 인재들을 한 데 모으기 위해 새 방법을 고안할 것이다. 원격 인턴십이나 원격 견습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실험은 빠르고 또 대규모로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생명공학 혁명을 가속화할 것이다. 합성 생물학과 인공지능(AI) 컴퓨터 모델링은 더 많은 신약을 발견하고 시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기업과 연구소들은 알고리즘 연구 방식을 활발하게 도입해 왔다. 연구원들이 실험실에서 직접 수행하면 수 년이 걸릴 작업들이다.

연구자들이 더 많은 결과를 보여주면 다른 극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 등 정부 기관들이 신약 실험 및 검증 과정을 단축하도록 만드는 게 대표적이다. 투자회사들은 연구소에 과거보다 훨씬 많은 유연성을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진짜 디지털 인프라’를 깔았어야 할 시기가 이미 한참 지났다. 정부 내 모든 부문이 클라우드와 모바일, 웹 기반 소프트웨어로 전환해야 한다. 또 데이터를 전략 자산으로 취급해야 한다.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이런 수단이 사회를 효율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필수란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데도 이런 기반시설이 꼭 필요하다. 원격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의 경제·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사람들 사이의 완전한 연결과 초고속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디지털 인프라를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바꾸고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도입하기 위해선 국가가 대규모 투자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부양 패키지를 써야 할 수도 있다.

국민들은 언제나 문제를 해결해 왔고, 혁신해 왔다. 선견지명을 갖고 있는 것도 국민이다.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지금도 분명 기회가 있다. 전염병처럼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디지털 인프라를 이번에 구축하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원제=A real digital infrastructure at last
정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