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지속하면서 각 산업 분야의 경제적 타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관광, 항공업계가 신음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아시아는 물론 미국, 유럽 시장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떨치던 K팝 분야 또한 투어길이 막혔다. 세계 각국의 공연장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무대도, 관객도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변수, K팝은 괜찮을까?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각국이 국경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한국인의 입국을 거절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181개국이었다. 2월 한국 입국자수는 전년 대비 43% 감소했고, 순출국자수 또한 63%나 급감했다.
관광 업계는 그야말로 직격타를 맞았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약 한 달여간 110개 여행사가 폐업했으며, 현재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여행사는 19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유수의 여행사들마저 주3일제 근무, 무급휴가 등을 시작했다.
하늘길이 막히니 항공사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글로벌 항공 여객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14.1% 감소했다. 협회 측은 "2001년 9·11 테러 때 이후 가장 급격한 감소"라며 "항공사들이 2월에 코로나19라는 대형 망치에 타격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자 엔터테인먼트 업계로도 영향이 오기 시작했다. 해외활동이 활발한 K팝 스타들의 투어가 줄줄이 취소, 연기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는 상황을 주시하며 최대한 투어를 진행하려고 했던 팀들까지 일정 차질이 불가피한 지경에 이르렀다. '취소'가 아닌 '잠정 연기'를 택했다하더라도 코로나19의 지속세를 예단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새로운 일정을 잡고 추진할 수 있는 묘안 자체가 없어 사실상 공연 쪽은 개점 휴업 상태인 셈이다.
아이돌을 기반으로 한 대중음악시장은 'K팝 관광'이라는 말을 탄생시킬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 유입에 한몫했던 효자 분야였다. 그러나 입국자수도 떨어지면서 예상치 못했던 경제효과 증발도 감안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서울 공연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들은 지난해 10월 사흘 간 진행했던 서울 공연으로 약 1조 원에 육박하는 경제효과를 유발했다. 당시 콘서트로 유입된 외국인은 18만7000여 명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방탄소년단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오는 4월 나흘에 걸쳐 진행하려던 서울 공연을 취소한 상태다.
단, 코로나19로 엔터 업계 자체가 기반을 위협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공연 손실 대비 음반 및 음원, 출연, 광고, MD 등의 사업 부문이 큰 타격 없이 매출을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온 차트에 따르면 2월 1위부터 400위까지 앨범 판매량 합계는 전달에 비해 381%나 증가했다. 방탄소년단의 '맵 오브 더 솔 : 7(MAP OF THE SOUL : 7)' 2주차 누적 앨범 판매량이 처음으로 4백만 장을 넘어섰는데, 이는 지난 앨범의 2주차 누적 판매량 대비 42%가 증가한 것이었다. 아이즈원의 '블룸아이즈(BLOOM*IZ)' 2주차 누적 앨범 판매량 역시 지난 앨범 대비 71%나 증가한 약 40만 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공연 손실에 수반되는 타격을 간과할 수는 없다. 태연, 태민, NCT, 레드벨벳, 동방신기, 슈퍼엠 등의 공연을 취소 및 연기한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1분기 공연 연기에 대한 손실을 매출액 140억 원, 이익 69억 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경우, 투어 매출을 더욱 무시할 수 없다.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1년 2개월간 진행한 투어로 끌어모은 관객은 206만 명. 이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 매출 5879억 원 중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1986억 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굿즈와 관련 영상 콘텐츠 등 부가적인 수익까지 고려하면 공연은 빅히트 매출을 견인하는 가장 주된 요소다.
메이저급 엔터들은 아직까지 관광, 항공 업계 수준의 타격이라고는 볼 수는 없지만, 범위를 좁혀 중소레이블의 경우를 보면 피해가 막심하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인 44개 중소 레이블과 유통사들이 지난 2월 1일~4월 11일까지 열기로 했던 행사 중 61개가 연기 또는 취소돼 손해액은 3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원보다 공연 수익에 의존도가 더 큰 중소레이블의 경우 사실상 도산 위기인 셈이다.
엔터 업계의 향방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공연 취소가 아닌 잠정 연기라는 명목 하에 하반기 일정 진행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이 역시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대로 매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해외투어 의존도가 높은 엔터라면 더더욱 코로나19로 인한 손실 고리를 끊어낼 대안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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