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02일(14:1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럽계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가 올해 1분기 국내 인수합병(M&A) 재무자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법률·회계자문에서도 김앤장법률사무소와 삼일PwC가 각각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진행 중이던 거래가 연기되는 등 M&A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에도 각 분야의 전통 명가들이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가 공동으로 2020년 1분기 기업 M&A 및 자본조달 실적을 집계한 결과 CS는 M&A 전략을 총괄적으로 세우고 딜을 주도하는 재무자문 부문에서 발표 기준(본계약 체결 시점 기준으로 집계한 경영권 거래·사업부 및 영업양수도 포함)으로 한 건, 1조3321억원의 실적을 거둬 1위를 차지했다.
◆CS, SK그룹과의 끈끈함으로 1위 유지
CS는 2017년 이경인 대표체제를 구축한 이후 매번 리그테이블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 전체 1위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왕좌를 지켜냈다. 최근 몇년 간 SK그룹의 자문을 도맡아온 CS는 올해 첫 본계약(SPA)을 성사시킨 거래 역시 SK그룹을 대리한 SK네트웍스 주유소사업부 매각 건이었다.
CS가 매각측 자문을 맡은 현대오일뱅크-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의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인수 거래는 지난 2월말 SPA를 체결했다. 규모는 1조3321억원으로 1분기 유일한 조 단위 거래로 기록됐다.
2위는 KB국민은행의 캄보디아 소액금융업체 프라삭 인수(7000억원)를 자문한 BNP파리바가 차지했다. JP모간과 삼성증권은 SK하이닉스가 출자한 매그너스 사모투자합자회사의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 인수(5305억원) 거래에서 각각 매각과 인수측 자문 카운터파트로 만나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등 테크팀이 전통적으로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톱5 안에 들어 눈길을 끌었다.
◆김앤장, ‘법률자문 명가’ 수성
김앤장법률사무소는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거래와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 거래 뿐만 아니라 한앤컴퍼니의 SK케미칼 바이오에너지 사업부문 인수(3825억원), 현대캐피탈의 독일 렌터카회사 식스트의 리스부문 자회사인 식스트리싱 인수(2009억원) 등 중소형 거래 자문도 휩쓸며 총 9건, 2조7856억원의 실적으로 작년에 이어 1위를 지켰다.
법률자문 분야에서는 이성훈 변호사가 이끄는 KL파트너스의 약진이 눈에 띈다. KL파트너스는 법무법인 광장(10건, 2조253억원)과 태평양(6건, 1조205억원)의 뒤를 이어 3건, 7974억원의 자문실적을 기록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 거래와 녹십자헬스케어의 유비케어 인수(2088억원), 남영비비안의 포비스티앤씨(580억원) 인수 등 중소형 거래를 두루 자문했다.
회계자문 분야에서는 삼일PwC가 총 9건, 2조2529억원 규모의 거래를 자문해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삼일은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거래를 비롯해 E&F 프라이빗에쿼티(PE)의 IS동서 이누스 요업사업부 인수(2170억원) 등의 회계실사를 담당했다. M&A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하반기에는 구조조정 관련 M&A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성격의 기업매물이 나올 수도 있고, 역으로 그룹 차원에서 실탄확보를 위해 돈 되는 알짜 기업을 매물로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