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예보도 나섰다"…소상공인·취약계층 위해 빈상가 '무상임대'

입력 2020-04-03 07:36
수정 2020-04-03 15:14
예금보험공사(사장 위성백·사진)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임대료 납부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취약계층 등을 위해 서울, 대전 등 4개 지역의 공실상가 10여개를 무상 제공한다. 임대료를 몇개월 깎아주거나 받지 않는 '착한 임대인 운동'을 넘어 아예 무상으로 새 둥지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3일 예보에 따르면, 해당되는 공실상가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신인터밸리에서 2~3개 △대전 중구 문화동 하우스스토리 2차에서 2~3개 △충북 청원군 오창읍 양청리 거묵빌딩에서 2~3개 △충남 서산지 잠홍동 르셀상가에서 2~3개 등이다. 4곳에서 8~12개의 상가가 무상 제공될 방침이다.

예보는 "공실상가 공익활용사업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함은 물론 주변상권 활성화 효과 등을 통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예보가 이처럼 공실상가를 내놓는 게 가능한 까닭은 담보부동산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예보는 파산저축은행 담보부동산 중 매각되지 않고 남아있던 공실을 마냥 남겨두지 않는다. 예보가 관리하고 있는 부동산은 2011~2015년 30개 저축은행이 파산함에 따라 떠앉은 담보부동산들이다. 부동산이 매각되어야만 이 자금이 예금자 구제재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최근까지 남아 있는 부동산은 투자자의 관심지역이 아니거나 권리관계가 복잡한 물건들이다. 예보는 이러한 부동산들을 청년창업가 오피스와 지역주민 배움터 등으로 무상 제공해 상가와 주변 상권을 활성화 시키면서 가치를 높이고 공실상가를 매각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서울 중구 황학동 소재 아크로타워 1층 상가다. 예보는 담보부동산인 이 상가 15개호를 2015~2019년, 4차례 공매를 실시했다. 하지만 매각이 쉽지 않았고 공실로 남아있게 됐다. 대부분 후면이나 외진 곳에 있다보니 인적이 드물었다.

이에 예보는 상가를 비워두기보다는 팔리지 않은 상가 일부를 서울 중구청, 사회단체 등과 공동 협력사업을 통해 청년창업가, 지역주민 등이 사용토록 제공했다. 청년창업가 사무실에는 3개 청년창업그룹이 입주했고 지역주민 배움터에는 지역주민 대상 바리스타 양성과정, 수공예 마을공방과정 등을 운영했다. 사회적경제조직 인큐베이팅 공간에서는 중구청과 연계된 전문가가 창업컨설팅을 시작했다.

예보 관계자는 "공익활용의 효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상가 전체에 생기가 돌면서 지난 8년간 매각되지 않았던 건물 내 나머지 공실상가 11개호를 모두 매각할 수 있었다"며 "약 86억원의 회수자금은 저축은행 피해예금자 구제재원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보는 이웃에 대한 배려가 결국 자신에게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이타자리(利他自利)의 좋은 사례를 실천하고 있다"며 "우리사회 전반으로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