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번만" 유혹 이겨내고 싶은가…그 대가를 미리 관찰하라

입력 2020-04-02 15:07
수정 2020-04-02 15:09
시류를 타게 마련인 경영서나 자기계발서 중에서 시간이 가도 늘 호평을 얻을 수 있는 책은 흔치 않다.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의 《하버드 인생학 특강》은 바로 그런 책이다. 2012년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란 제목으로 국내 출간된 책의 개정판이다.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는 경영자들에게는 의도적 혁신, 창발적 혁신으로 유명한 《혁신기업의 딜레마》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한국과 인연도 깊다.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체류한 경험이 있기에 한국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진 인물이다. 이 책을 통해 그가 올해 1월 고인이 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 책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주제와 관련해 기업을 대상으로 개발된 이론이 얼마든지 인생경영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감동적으로 읽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읽도록 권유했던 책이기도 하다.

서문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함께 졸업했던 친구들이 졸업 후 5년, 10년 그리고 30년이 지나면서 인생 항로가 달라지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저자는 졸업 후 30년 동창회에서 엔론 최고경영자(CEO)였던 제프리 스킬링이 구속되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들이 겪었던 일들은 옥스퍼드대 로즈장학생 출신들에서도 비슷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우리가 기업 연구 과정에서 찾아낸 주요 이론들이 성공적인 인생살이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론들은 똑똑하고 선한 사람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려다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마는 인과관계 메커니즘을 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론을 통해 올바른 선택은 물론이고,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떠할지 예측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저자는 이론이 가진 유용성을 이렇게 강조한다. “이론의 렌즈를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관찰함으로써 어떤 행동에 대한 이론의 예측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살펴봤다.”

읽기에 적당한 분량이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는 두꺼운 책에 못지않다. 모두 9개 장으로 나눠진 책에는 인생의 길잡이 역을 담당할 수 있는 주요 이론들이 소개된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 ‘이번 한 번만이라는 유혹을 이겨내는가’다. 이 장에서는 한계비용과 총비용을 사용해서 인생이든 사업이든 우리가 내리는 선택의 기준에 대해 말한다. 사람들은 어떤 선택 앞에서 “단 한 번만”이라는 유혹 앞에 무릎을 꿇을 때가 있다. 경제적으로 보면 ‘한계비용’에 속한다. 그러나 한계비용은 그 비용 지불에 그치지 않고 어쨌든 전체 비용 지불을 요구한다. 단 한 번만이라는 핑계의 대가가 사업 전체가 될 수도 있고, 인생 전체가 될 수도 있다. “의도적 전략과 창발적 전략 사이에 적절한 조화를 이뤄 가는 것이 삶”이라는 그의 주장은 우리의 선택을 더 유연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잠시 쉬어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TV·공병호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