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탐사대' 故 구하라 친오빠 "'구하라 법' 통해 억울한 사람들 구하고파"

입력 2020-04-02 08:51
수정 2020-04-02 08:53


지난 1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 구하라의 안타까운 사연과 전국을 발칵 뒤집은 동명이인 사칭 사기 사건의 범인을 경찰에 넘기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날 ‘실화탐사대’ 1부에서는 지난해 스물여덟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아이돌 스타 구하라의 친오빠 구호인 씨를 만났다. 구호인 씨는 20여 년 전 자식을 버린 친모가 나타나 동생의 유산을 가져가려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간 단 한 번도 연락 없던 친모가 동생의 장례식장에 나타나 갑자기 상주 행세를 하며 유산의 절반을 주장한다는 것이었다.

겉으로는 늘 밝은 구하라였지만, 엄마의 빈자리는 컸다. 구호인 씨는 동생이 생전 우울증 치료 과정에서 의사의 권유로 친모를 찾은 적 있다고 밝혔다. 구호인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동생이) 괜히 만났다고 하더라. 그리워하고 원망하면서 컸지만, 막상 만나니 그런 기억과 감정이 하나도 없고 낯설다고만 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심리 전문가는 “보통 전문의가 과거를 찾아 해결해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은, (우울증) 중심에 엄마의 역할이 컸기 때문에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직접) 봤더니 아니야, 이렇게 거부가 돼버린 것 자체에서 오는 우울도 아마 상당히 있지 않았을까”라는 소견을 더했다.

구하라의 친모는 이미 2006년 남편과 이혼하고 친권까지 포기한 상황이었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친모의 행방을 알아냈다. 그는 아이들이 쭉 크고 자랐던 광주에 살고 있었다. 친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줄곧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구호인 씨는 “우리를 버리고 친권까지 포기한 사람이 동생이 일궈낸 재산을 가져간다는 게 너무 부당하다”며 친모에게 진정 부모의 자격이 있는지 묻고 있다. 그는 자식을 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기 위해 지난 3월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일명 ‘구하라 법’을 게시했다. 법이 위원회에 회부되기 위해서는 오는 4월 17일까지 국민 10만 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8만여 명의 동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구하라 측 변호사는 “부모로서 책임을 현저히 이행하지 않은 부모에 대한 상속권을 박탈하자는 논의도 있었고, 상속결격사유가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호인 씨는 “‘구하라’라는 이름으로 억울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이 법이 잘 통과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이날 ‘실화탐사대’ 두 번째 사연으로는 전국 ‘최지훈(가명)’들을 노린 사칭 사기가 소개됐다. 오직 이름이 ‘최지훈(가명)’이라는 이유만으로 새내기 대학생, 지상파 방송사 PD, 심지어 프로 야구 선수 등등이 범인에게 사칭 피해를 당했다. 범인은 SNS를 통해 ‘최지훈(가명)’의 지인들에게 접근,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며 장례식장에 가기 위한 차비를 요구하는 똑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했다. 피해 금액은 점점 늘어났고 최근에는 대포통장과 대포폰 개설을 부탁받았다는 제보자까지 나타났다.

놀라운 사실은 가짜 최지훈(가명) 행세를 하며 1년째 사기를 지속해온 범인의 실명 역시 최지훈(가명)이라는 것이었다. 22개 경찰서에서 그를 수사 중이었지만, 범인은 출석을 거부하고 연락조차 닿지 않고 있었다. 그의 주민등록상 그의 주소지를 찾았지만, 가족은 “여기 안 산 지 4~5년 됐다. 미성년 지나면 자기 몫이니 여기 오지 좀 말라”며 강한 거부감을 표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제작진은 범인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업체의 도움을 통해 범인을 극적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범인은 “지낼 곳이 없어서 그랬다. 받은 돈은 먹고 자는데 썼다. 잘못한 건 알고 있다”고 눈물을 흘리며 제작진에 의해 경찰로 인계됐다. 경찰은 추가 수사로 여죄를 파악해 구속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한편 ‘실화탐사대’는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5분 방송된다.

신지원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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