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손잡은 벤타VR, 5G 타고 질주

입력 2020-04-28 17:21
수정 2020-04-29 01:49

2009년 영화 ‘아바타’가 개봉한 뒤 3차원(3D) 영상 열풍이 불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3D TV를 내놨다. 이 시기 전우열 벤타VR 대표는 3D TV용 다큐멘터리를 주로 제작했다. 그러나 열기는 이내 사그라들었다.

그즈음 우연찮게 접한 게 가상현실(VR) 기기였다. 2015년 3D VR 영상 제작사인 벤타VR을 설립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는 그에게 큰 기회였다. 5G 킬러 콘텐츠로 3D VR 콘텐츠가 각광받으면서다. 여기에 LG유플러스라는 지원군을 만나 단번에 VR업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5G 상용화는 든든한 우군

벤타VR은 3D VR 영상 제작편수 기준 글로벌 1위 업체다. 연간 500여 편을 내놓는다. 2년 전만 해도 연 10편에 불과했다. 전 대표는 “그마저도 비정기적인 이벤트성 영상이 대부분이었다”며 “어렵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벤타VR의 급성장세는 5G 상용화와 든든한 우군을 만난 덕이 컸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5G 상용화를 앞두고 킬러 콘텐츠로 VR·증강현실(AR) 등을 꼽았다. 세계 30여 개 VR 기업을 찾아다닌 뒤 손잡은 게 벤타VR이었다.

벤타VR은 LG유플러스와 손잡은 뒤 두 차례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규모를 키웠다. 당시 규모로는 원하는 만큼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8년 5명이던 직원은 27명으로 늘었고, 렌더링(2D 이미지를 3D화하는 것) 속도를 높여주는 렌더팜도 도입했다. 10분짜리 영상의 렌더링 시간을 기존 3일에서 6시간으로 단축했다.

벤타VR이 매출을 LG유플러스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SBS, SM, 구글, 유니세프 등과도 협력한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일본 중국 미국 등의 해외 기업에서도 협력 문의가 오고 있다. 전 대표는 “올해 목표는 해외 진출”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협력에 어려움이 있지만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벤타VR은 영상을 모두 3D로만 제작한다. 3D 영상은 2D에 비해 제작 기간은 2~10배, 비용은 2배 더 든다. 창업 당시 VR 기업 중 3D 영상을 제작하는 기업은 벤타VR이 유일했다. 그러나 콘텐츠 수요가 늘면서 3D VR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도 5곳으로 증가했다. 전 대표는 “LG유플러스와 협력하면서 3D VR 생태계가 새롭게 조성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자체제작 장비로 3D 영상 촬영

벤타VR의 경쟁력은 기술력이다. 2D와 달리 3D 영상은 두 대의 카메라가 하나처럼 움직이는 ‘양안(兩眼) 베이스’로 작업이 이뤄진다. 촬영과 후반작업을 아우르는 전 과정이 기술적으로 더 복잡하고 어렵다.

촬영 과정에서 두 카메라를 하나처럼 고정하는 장치가 ‘리그’다. 벤타VR은 자체 제작한 리그 장치를 이용하고 있다. 전 대표는 “인간의 눈과 가장 유사한 카메라 간 거리를 계산해 영상의 피로도를 낮췄다”고 했다.

3D VR 영상은 후반작업에도 손이 많이 간다. 두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하나로 묶다 보면 왜곡이나 누락이 일어난다. 이런 부분을 실제와 가장 비슷하게 만드는 ‘안정화’ 과정도 3D TV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로 극복했다.

올해는 라이브 영상을 집중 제작할 계획이다. 카메라를 여러 대 두고 실시간 렌더링을 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현재 착용자 고개의 상하·좌우·회전만 반영되는 3자유도(3DoF) 기술을 몸의 움직임까지 감지하는 6DoF로 높이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전 대표는 “라이브 VR 영상은 초고속, 저지연 등의 특성을 가진 5G와도 어울린다”며 “실제 이용자들이 가장 몰입감을 느끼는 콘텐츠”라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