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유류세 비중 탓에 휘발유값은 찔끔 하락…정유업계 "세금 인하를"

입력 2020-04-02 17:33
수정 2020-04-03 00:42
국제 유가는 연초 대비 절반 이상 하락했지만 휘발유, 경유 등 국내 유가 감소폭은 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업계에서는 고꾸라진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석유제품 가격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세금을 한시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의 평균 가격은 L당 1379원이었다. 서울 시내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보다 약간 높은 L당 1473원을 기록했다. 지난 1월 첫째주(1558원)보다 5.4% 하락하긴 했지만 반토막 난 국제 유가를 감안하면 휘발유 가격은 ‘찔끔 하락’에 불과하다.

휘발유 가격 하락폭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건 높은 세금 비중 때문이다.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에는 약 60%의 세금이 고정적으로 부과된다. 1379원 가운데 867.39원이 교통세·교육세·주행세·부가가치세 등의 명목으로 붙는다. 이를 빼고 남은 511.61원에 대해서만 국제 유가 하락분이 반영된다. 2017년 정부가 걷은 에너지 관련 세입 23조원 가운데 휘발유 세금 등이 포함된 ‘수송용 세금’은 18조7000억원에 달했다.

정유사들은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등 얼어붙은 휘발유·경유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동이 줄면서 국내 휘발유 사용량은 1년 전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휘발유·경유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선 세금 인하를 통해 소비자 가격을 그만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유 관세도 정유사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정유사들은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올 때 원유 가격의 3%에 달하는 관세를 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원유 관세를 물리는 국가는 한국, 미국, 칠레 등 3곳이다. 비산유국 중에는 한국이 유일하다. 지난달 정부는 정유사들에 대한 지원책으로 ‘원유 관세 2개월간 유예’를 발표했지만 그것만으론 역부족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납부 유예는 결국 2개월 뒤 한꺼번에 세금을 내라는 것”이라며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해 원유 관세를 아예 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