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비즈니스' 확산…衣·食 넘어 住로 확장

입력 2020-04-05 18:11
수정 2020-04-06 00:51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펫 비즈니스가 의(衣), 식(食) 분야를 넘어 주(住)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반려동물이 편안하면서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거주공간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반려동물 전용 유치원, 전용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거나 미끄럼 방지용 바닥재, 페인트 등 건축자재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펫 주거’ 비즈니스 확산

삼화페인트공업은 반려동물에게 유해하지 않은 페인트 제품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반려견이 구분하는 노란색과 파란색 계열의 컬러군을 중심으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색을 모은 ‘펫러브 컬러팔레트’를 내놨다. 페인트업계 최초로 기존 제품 가운데 반려동물에게도 친환경적이라는 ‘반려동물 제품 인증’을 받았다. 허영희 삼화페인트공업 프리미엄사업부 상무는 “반려동물을 위한 주거공간이 키우는 사람의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개발업체 SK D&D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1~2인 가구 전용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 ‘에피소드 서초’(가칭)의 400실 가운데 100실을 펫 공간을 갖춘 가구로 배치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세대를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강아지 유치원·놀이터와 같은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한다. 루프톱에는 반려동물과 산책할 수 있는 공간도 꾸민다.

국내 대표적 호텔리조트업체인 대명소노그룹은 고양시에 들어설 5성급 호텔에 반려동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 중이다. 1~3층에 펫을 위한 카페, 뷰티숍, 병원, 보딩센터(위탁시설), 야외 라운지 등 반려동물 편의시설을 들일 계획이다. 오는 7월 개장한다. 또 소노호텔&리조트(옛 대명호텔앤리조트)는 전국 17개 리조트의 전체 1만여 실 가운데 650실을 펫 전용 객실로 리모델링한다. 미끄럼 방지 코팅이 된 바닥재를 깔고, 반려견의 시력을 보호할 수 있는 전용 전구로 조명을 바꿀 예정이다. 최종진 대명소노 펫사업부 전략기획팀장은 “레저시장에서 반려인들은 신규 시장”이라며 “반려동물과 함께 휴가를 가고 싶어 하는 반려인들을 흡수하기 위한 시설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펫테리어’도 인기

반려동물을 위한 자재를 사용해 리모델링하는 ‘펫테리어’ 시장도 성장세다. 반려견의 짖는 소리가 새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현관문 앞에 설치하는 흡음제가 대표적이다. 반려견들이 미끄러운 바닥을 달리다 어깨가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바닥 미끄럼 방지 매트를 설치하는 사례도 많다. 아예 반려동물을 위한 전원주택을 짓거나 도심에 소규모 빌라를 신축하는 이도 늘고 있다.

반려동물 비즈니스가 주(住)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574만 가구가 반려견 632만 마리, 반려묘 243만 마리를 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사육 인구 수는 약 1481만 명으로 추산된다. 반려동물 연관산업은 올해 3조3000억원에서 2025년 5조3000억원, 2027년에는 6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박준영 반려견주택연구소 대표는 “현재 반려동물 연관산업 가운데 70~80% 정도를 사료가 차지하고 나머지는 의료, 미용, 의류 등”이라며 “주거 관련 부문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반려동물 특화 주택이 보편화돼 있다. 전체 임대주택 시장 가운데 15%가량이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주택으로 분류된다.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주거공간의 필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서기열/민경진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