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더불어 사는 세상

입력 2020-04-02 17:40
수정 2020-04-03 00:03
얼마 전에 끝난 TV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재미있게 봤다. 비주류 청년들이 레스토랑을 열고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뭉쳐 온갖 어려움을 헤쳐나가면서 성공하는 과정을 그렸다. 기업 이익을 위해서는 자식까지 버리는 대기업 회장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이야기가 이태원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주인공은 직원들에게 무한신뢰를 보낼 뿐만 아니라 주변 상인까지 도와주며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경영학은 ‘공장에서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인간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관리할 것인가?’에서 시작했다. 본질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 인간은 수단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다.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에게 경영학을 가르치는 것이 공허한 이유다.

대학 시절은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시간이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반에 걸친 폭넓은 독서와 토론, 교양수업을 통해서 삶에 필요한 기본소양을 갖춰야 한다. 이런 토대 위에 경영학을 공부하면 기업의 이윤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에까지 생각이 미칠 수 있다. 이익만 좇아서 성취한 부는 모래성과 같아서 우리 인생을 통째로 흔들 수 있다.

최근 태국의 한 지방도시에서 원숭이 수백 마리가 ‘패싸움’을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한다. 사원과 시내를 각각 자기 영역으로 하는 두 원숭이 무리들은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사원의 관광객이 급감하자 먹이가 모자란 사원 원숭이들이 시내로 나와서 먹이다툼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자신이 속한 그룹뿐만 아니라 이웃 그룹도 어려움이 없어야 우리 모두가 속한 사회가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대부분 환자에게는 독감을 앓는 것과 같이 경미하게 지나간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환자가 급증해 병상과 의료진의 부족으로 치료도 못 받고 사망하는 희생자가 속출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현재는 전염병 확산 속도를 늦추는 것만이 이를 피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하니 당분간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돼야 한다.

낙관적인 젊은이들이 전염병을 무서워하지 않고 집단으로 모이는 것을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는데, 이는 결국 건강에 취약한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래 실천하는 것이 힘들지만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내심이 필요한 요즘이다. 희망을 갖고 지내다 보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