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주가 급등하자 블록딜...셀트리온으로 2.6조 챙긴 테마섹의 속내

입력 2020-04-02 16:27
≪이 기사는 04월02일(16:1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셀트리온의 우군으로 평가되는 테마섹이 세번째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을 실시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반기 실적 호조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호재 등으로 셀트리온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수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업계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경기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남은 지분을 추가로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테마섹의 자회사 아이온인베스트먼트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약 6300억원 어치를 매각했다. 셀트리온 257만주, 셀트리온헬스케어 221만주다. 이번 거래로 아이온의 셀트리온의 지분은 9.5%에서 7.6%,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분은 9.4%에서 7.9%로 줄어들었다. 기관 경쟁률은 4대1 수준으로 나타났다.

테마섹은 초기 자금 2079억원으로 셀트리온에 투자해 10년 만에 총 2조6000억여원을 벌어들였다. 2010년 5월 셀트리온 보통주 1223만 주를 주당 1만7000원에 인수했고 2011년 8월 셀트리온헬스케어 상환전환우선주(RCPS) 170억원 어치를 매입했다. 수익률은 200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테마섹은 셀트리온의 주가가 최고점에 오른 후 다시 반등했을 때마다 블록딜을 진행했다. 바이오주가 폭등했던 2018년 1월 셀트리온 주가가 37만원대까지 정점을 찍고 내려온 3월 다시 34만원대로 오르자 1차 블록딜을 단행했다. 이후 주가는 20만원 대로 추락했고 7개월 뒤인 10월 다시 26만원 선까지 회복되면서 2차 블록딜을 실시했다. 3차 블록딜도 코로나 쇼크로 폭락한 주가가 반등하는 시점에서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블록딜은 코로나19 치료제와 1분기 실적 호조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기회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2월 전략 제품 '램시마SC'의 유럽 판매에 돌입했고 대내외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지난달 두 차례이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계획을 직접 밝혔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을 완료했으며 오는 7월부터 환자에게 투약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오는 9월부터 항체 치료제 임상을 시작한다고 발표한 존슨앤존슨(J&J)보다 2개월 앞선 것이어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1분기 실적도 긍정적인 시그널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서 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코로나 사태로 많은 기업이 타격을 입겠지만 셀트리온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1분기 실적이 목표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3개 제품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미국과 유럽시장에 판매되고 개량신약인 램시마SC까지 더해져 4개 제품을 전세계 시장에서 판매하게 된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연내 추가 블록딜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서 회장이 올 연말 은퇴를 공식화한 지난해부터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지난해 9월 JP모건에서 독립한 사모투자펀드 원에쿼티파트너스(OEP)는 3000억원 규모의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분 3.1%를 블록딜로 매각했다. 셀트리온 측이 OEP에 지분 매각 시점을 2020년으로 늦춰달라고 요청했으나 자금 사정을 이유로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오너의 퇴임 이슈와 3사의 합병 등 여러가지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다는 점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해외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윤곽을 드러내는 5월 이후까지 주가의 향방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